재단 7년차, 장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회의실 안의 공기는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이는 단순한 영역 확장이 아니다. 재단의 업무 구조, 사건 기록, 지원 체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장은 늘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지만, 그 방향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그날 이후 재단의 일상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사건과 지원 업무가 여전히 쌓여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의 요구는 그 틀을 넘어섰다.
업무량은 급격히 늘었고, 사건 검토와 기록, 의뢰인과의 소통, 그리고 신규 사업 계획 준비가 동시에 요구되었다.
투병 중인 몸은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장은 약물로 버텼지만, 신체는 여전히 고통을 보내왔다.
머리카락은 계속 가늘게 빠졌고, 뼈와 관절은 하루 종일 반복되는 통증을 보내왔다.
집으로 돌아와 문서를 열 때마다, 몸의 한계가 기록과 검토 속에서 나를 시험했다.
조직 내부의 긴장도 점점 짙어졌다.
일부 동료는 장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지만, 다른 일부는 혼란과 불안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떠났다.
어느 순간 우리 조직도 보고를 위한 보고 업무가 많아졌다.
회의 중 의견이 충돌하면, 작은 말 한마디도 크게 느껴졌다.
'이 방향이 정말 우리의 초심과 공익을 지켜줄까.'
'기존 사건 지원에 집중하지 못하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
그 의문들은 반복적으로 내 마음속을 스친다
공익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의 지향점이었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했다.
새로운 사업의 성격은 명확하지 않았다.
기술 탈취 사건과 피해기업 지원과 병행되는 동안, 장은 조직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자 했다.
그 방향이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기존 업무 속에서 쌓아온 질서와 초심이 흔들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변화를 이해해야 했고, 적응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공익이라는 단어조차 불완전하게 느껴졌다.
결과와 과정, 선택과 책임, 균형 사이에서 고민이 이어졌다.
재단의 기록은 더욱 중요해졌다.
사건마다 의뢰인과 기업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필요와 계획을 기록해야 했다.
회의록과 이메일, 계약서와 보고서를 동시에 관리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가 공익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장과의 대화 속에서도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사업의 필요와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나는 현실적 어려움과 내부 혼란을 동시에 느낀다.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설득 당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선택이 공익과 상충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 불완전한 선택을 반복하며 길을 이어가야 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새로운 긴장을 맞았다.
조직 내 미묘한 균열과 긴장은 매 순간 감정의 파동처럼 느껴졌다. 회의 후 스쳐가는 시선 하나, 사소한 말투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의도를 가지고 왜곡된 정보를 흘렸고, 오해의 골은 계속 깊어져갔다. 그러나 오해를 푸는 것에 시간을 투입하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한정된 시간과 허락된 에너지는 업무를 하다보면 금방 바닥이 나기 때문이다.
몸이 보내는 한계 속에서도, 기록 검토는 멈출 수 없다.
완전한 결과가 아니어도, 불완전함 속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불확실한 사업 확대, 반복되는 기술탈취 사건, 조직 내부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공익을 향한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장이 던진 선택은 공익의 허무와 맞닿아 있었다.
결과는 알 수 없고, 과정은 늘 불완전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선택을 이어가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공익을 실현하는 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