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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히나 Oct 30. 2022

Textile is Everywhere!

    대학교 1학년을 막 마쳤던 이듬해, 부모님을 따라 1년간 미국에 머무르면서 인근 주립 대학교에서 3 과목 정도를 청강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청강을 했던 대학에선 "Home economics"란 이름의, 우리말로 하면 "가정학과"정도 되는 학과가 있었는데 의식주와 관련된 학과들로 구성이 된 것이 특징이었다. 특이했던 점은 이 학과에서 제공하는 의류학 관련 과목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있는 옷을 만들거나 디자인하는 수업이 아닌 마케팅이나 소재공학과 같은 기업 및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업들이 주를 이루었던 점이다. 당시 전공의 맛보기 정도만 경험하고 왔던 나는 "뭐라도 들으면 도움이 되겠지!"라며 Fashion Business, CAD, 그리고 Textiles란 이름의 수업들을 청강하였다. 그리고 그중 Textiles란 수업은 이후 내 진로 선택에 있어서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다.


Textile is everywhere

    당시 Textiles 수업의 교수님은 첫날 강의에서 "Textile is everywhere (텍스타일은 어디든지 있다)"라고 말하시면서 의복뿐만 아니라 이불, 카펫, 심지어 벽지까지 텍스타일의 다양한 분야들을 예시로 들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옷감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 알려주셨다. 이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개안(開眼)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천'은 의복에만 사용하는 재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 이상으로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접하는 물질은 천(Cloth)이다.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 순간 마지막으로 접하는 물질도 천이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다가 나온 아이가 바깥의 온도에 몸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감싸는 것도, 또 생을 마감한 이의 신체가 상하지 않도록 염(殮)할 때 사용하는 것도 모두 옷감 천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는 동안에도 옷감과 떨어진 경우가 극히 드물다. 우리가 매일 입고 생활하는 상·하의부터 시작해서 가방, 신발 등의 소품이나, 잠잘 때 이불과 베개, 침대 시트, 집안의 소파, 카펫, 커튼, 부엌의 행주, 그리고 몸을 씻고 닦는 순간에도 때밀이 수건, 타월 등 집안 곳곳 많은 원단들이 사용된다. 집 밖에서도 자동차 내부의 가죽이나 의자 시트 등에 사용되고,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1회용 마스크도, 코로나 검사를 하시는 분들이 입는 방어복 역시 모두 텍스타일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주변에 있는 소재 하나하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 공부의 시작이었다.


텍스타일이란 무엇인가?

    미국에선 보통 의류학이라고 하면 Clothing and Textile study로 많이 사용한다. (물론 Fashion이나 Apparel 이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영한사전에서 텍스타일은 "직물, 옷감"을 뜻하고, 끝에 s를 붙이면 섬유산업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네이버 영한사전).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텍스타일이란 영단어를 완벽하게 대치할 수 있는 한국어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많은 대학들이 학과명에 영단어 그대로 텍스타일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굳이 가까운 단어를 꼽는다면 의류소재인데, 이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의류소재는 의복에 국한된 소재만을 뜻한다면 텍스타일은 옷 이외에도 사용되는 소재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문 사전들의 정의도 살펴보았는데 영한사전에서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 위키피디아에서 나온 설명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텍스타일의 정의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 같다.

"a flexible material made by creating an interlocking bundle of yarns or threads, which are produced by spinning raw fibers (from either natural or synthetic sources) into long and twisted lengths."

간단히 설명하면 "섬유 실들이 맞물려서 만들어진 유연한 재료"가 텍스타일인 것이다. 사실, 텍스타일의 어원 자체가 라틴어로 Woven(직물)을 뜻하는 "Textilis"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직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틀린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직물은 경사와 위사, 혹은 씨실과 날실로 직각 교차하여 제직 한 소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하나의 실로 고리들을 만들어 엮은 편물(Knit)이나 섬유 자체를 압착시켜서 만든 부직포(Felt)까지 포함하는 현대의 텍스타일에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원단이나 천이라고 번역되는 Fabric이나 Cloth가 완벽한 동의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게, 텍스타일의 영역에는 벽지나 휴지와 같은 지류나 얇은 필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에서도 텍스타일이 위 단어들과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우리말도 의류소재란 단어가 의복 이외의 것들도 더러 포함하는 경향이 있어서 완전히 잘못된 표현도 아니다. 단지 각 단어가 주는 미묘한 차이가 나로 하여금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참 고민하게 만들었다. 고로, 나는 텍스타일에 대해 이를 대체할 정확한 우리말은 없지만 앞서 언급한 단어들을 포함하면서 의복 이외에도 사용될 수 있는 소재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챕터에서는 텍스타일이란 것에 초점을 맞춰 이와 연관 있는 연구 분야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분명한 만큼, 개인적으로 소재에 따른 특성에 관심이 많고 진심인 분야이다. 실제로도 소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 뻗어나갈 수 있는 연구 영역이 많은 만큼,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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