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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히나 Oct 30. 2022

옷의 '핏(Fit)'을 살리려면,

의복 구성

    인간의 인체는 3D 형태인데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직물은 2D라 몸에 맞게 변형하려면 차원의 마법을 부려야만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패턴', 흔히 '옷본'이라고 불리는 것과 봉제 방법이다. 의복 구성에서 이들을 주로 다루며, 좀 더 직접적으로는 옷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수업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엔 대부분의 의복 구성 수업들이 전공필수 과목에 해당되어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매 학기 들어야만 했었다. 패턴은 흔히 평면 패턴과 입체 패턴 나눠지는데, 지금부터는 이 두 가지 패턴을 배우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해보려 한다.


1/2inch의 차이

    평면 패턴 수업을 들었을 당시, 수업의 진행은 보통 교수님께서 패턴 그리는 방법을 시범을 보여주시면 우리는 잘 보고 기억해 두었다가 자리에 돌아와 시범 보여준 곳까지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한 번본다고 모두 완벽히 해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재와 중간중간 기록해둔 노트가 필수였다. 평면 패턴 수업은 약 3학기에 걸쳐 가장 먼저 치마를 배운 후, 블라우스나 셔츠, 바지, 재킷 순으로 배운다.  

    패턴을 배우면서 놀라운 것은 우리가 한 사이즈 차이, 즉 S사이즈와 M사이즈, 혹은 M사이즈와 L사이즈 정도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패턴 상에서의 차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패턴 상에서 한 사이즈 차이를 늘리거나 줄이는데 나는 차이는 약 1/4~1/2inch (약 0.63~1.27cm) 정도이다. 그리고 옷의 핏이 예쁘고 안 예쁘고의 차이도 패턴상의 그 미미한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패턴사는 이 미미한 차이와 사용하는 선의 감각이 좋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교수님께서 종종 시범을 보이실 때 그리는 기본 패턴을 즉흥적으로 수정을 하시곤 했다. 이전에는 2cm 정도 늘렸던 지점을 좀 더 여유를 주어 2.5cm 늘리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거나 하여 곡선이나 직선을 각도가 달라지게 하셨는데, 매번 그 라인이 참 예쁘게 빠졌었다. 그리고 더 신기한 건 그걸 보고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똑같이 했는데도 다들 제각각의 완성본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결국 앞서 말한 1/2inch 안팎의 미미한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해서 매번 든 생각은 이게 과연 배울 수 있는 건가...? 였다.)


광목, 압박 붕대, 그리고 실밥과의 전쟁

     평면 패턴 수업의 주 무대(?)가 넓은 실습용 책상이었다면, 입체 패턴 수업은 '바디'라고 부르는 인체 모형의 토르소 위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입체 패턴은 바디의 형태가 디자인에 꽤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실 일반적으로 바디는 인간의 실제 체형과 다소 차이가 있다. 피팅의 표준 몸매(?)라고 할 수 있는 패션쇼 모델의 체형과도 약간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피팅을 위해서 그것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비싸고 좋은 바디일수록 인체 비율에 가깝다고 하는데, 나는 학교에서 단체로 대여해준 일반 바디를 사용하였기에 수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때 주로 사용되었던 것이 압박 붕대(+약간의 솜)이다. 얼마나 정교하게 이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결과물을 좌우하기 때문에 동기 1명과 서로 품앗이하며 밑 작업을 하는 게 보통 수업 첫 주의 행사이다. 여러 번 붕대와 솜으로 둘둘 말아 원하는 체형을 만들면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입체 패턴을 만들 때에는 주로 광목을 많이 사용하는데, 만드려고 하는 디자인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천의 양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드레이퍼리 (*자연스럽게 흐르는 옷 주름 형태)를 늘리려면 그만큼 많은 양의 원단이 필요로 한다. 이 필요로 하는 원단의 양도 계속하다 보면 대략적으로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처음 막 수업을 들었을 당시에는 원하는 형태를 만들려면 얼마나 필요할지 몰라서 무작정 길고 여유 있게 잘라서 작업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해가며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면 광목 원단에 둘러싸여 있거나 아니면 자르면서 만들어진 실밥으로 온몸을 도배하여 과제를 하고 있는 것을 온몸에 티를 다 내곤 했다. (우스게 소리로 실밥이 몸 어딘가에 안 붙어 있으면 의상과 학생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패턴 작업은 평면이든 입체든 작은 차이에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이고, 표시해둔 선 정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패턴을 뜨는 방법도 알고, 그걸 가지고 옷을 만드는 것도 알지만, 옷의 형태는 패턴 외에도 봉제 방법이나 재단 방법에 따라서도 오차가 발생하고 그 미묘한 차이가 결국 'Fit'을 결정하기 때문에 참 어려운 것 같다.



필수는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서적들

<의복구성학: 설계 및 봉제> 임원자 저 / 교문사

- 사실 내가 학생 때 교재로 쓰던 패턴 책이 따로 있는데 그 책은 강의를 듣지 않고 책만으로 공부하기에는 설명이 미흡하기 때문에 내 나름의 확인과 자료 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평이 가장 좋은 책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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