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자다 편의점에 가기 위해 밖에 나갔다가 풀숲 사이에서 달팽이를 발견하였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건가 하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까지 들더군요.
패닉의 '달팽이'처럼 이 달팽이도 바다를 행해 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요.
집에 들어와서 달팽이의 이동속도를 찾아보니 초당 2mm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고 나와있더군요.
8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달팽이에 대해 찾아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달팽이가 자웅동체라는 것이죠.
자웅동체라면 지렁이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배웠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는 말소가 되어 있군요.
자웅동체....
회사에서 야유회라는 것을 하게 되면 꼭 하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2인3각'이죠.
공동체 훈련이니...
동행이니 하는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는 있지만 어찌 보면 귀찮기도 하고 재미도 그렇게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발을 같이 묶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정말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는 동시에 우리는 이 어리석은 게임인 2인3각을 시작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발을 맞추어주는 헌신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상대의 속도를 늦추어버리는 브레이크가 되기도 하면서
부부는 연애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되겠지요.
혼자 걸을 때보다는 걸음도 늦어지고....
상대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느끼게 되겠죠.
두 사람이 함께 거하는 것이 엄청 무겁고 버거운 일이 되는구나.
2인3각의 자웅동체형 인간.....
바로 부부입니다.
자웅동체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또 찾아봅니다.
.....
.....
상대 이성을 찾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나오네요.
즉..
아무리 소수가 남아 있다고 해도
멸종하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 몸에 두 가지 성을 다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일성을 가지고 있는 생물에 비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팽이는 느린가 봅니다.
지렁이도 느리고.
자웅동체를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어찌 달리고 나는데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을까요.
암수가 한 몸에 있다는 것은 이렇게 생존만을 위한 최적화된 형태인 것 같네요.
달팽이는 평생 바다를 행해 간다고 해도 어쩌면 바다에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 테지요.
하지만..
달팽이의 느린 걸음은
어떤 가수에게는 영감을 주었고
지렁이의 느긋한 움직임은
거친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겠죠.
진부한 2인3각 경주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힐 기회를 얻고
평소에 싫어하던 사람과도 호흡을 맞추어 볼 기회를 가지게 되겠지요.
어쩌면 의외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도요.
묶인 다리의 끈을 풀러 내고 나면
2인3각일 때보다 더 빨리 더 능률적으로 목표를 행해 달려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대의 약한 부분이나 민감한 부분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알아가며
천천히 걸어가는 삶도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언젠가 용기가 생긴다면...
발목의 끈을 더 질끈 동여맬 수 있는 힘을 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