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천당, 불신 지옥

by 글쓰는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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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군에 찰스 디킨스가 있습니다.


보통의 작가들이 당대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과 달리, 그는 쓰는 책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게 됩니다.


참, 잘났습니다.





그의 소설 중에 『위대한 유산』이 있습니다.


굉장히 통속적인 교훈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은 핍이라는 가난한 청년입니다.


대장장이와 결혼한 억척스러운 누이와 함께 가난하게, 그러나 순진하게 살아가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익명의 부자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사람은 핍을 런던으로 불러들여 '신사'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사의 기본 조건은 결국 돈인가 봅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생각해 보십시오.


네 명의 주인공이 건설 현장 막노동꾼이었다면 그 품격은 애초에 성립이나 했을까요.





런던에 올라간 핍은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신사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점점 변합니다.


속물적으로. 매형과 누이를 비롯한 고향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아래를 못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견인의 재산이 압수됩니다.


핍에게 약속되었던 유산은 사라집니다.


그제야 핍은 깨닫습니다.


한결같이 자신을 돌봐준 사람은 저 투박한 매형이었다는 것을.





디킨스는 이 책에서 매우 이분법적으로 말합니다.


노동자는 순수하고, 부자는 위선적입니다.


부나 명성을 좇는 삶이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삶이 진실된 삶이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돈만이 삶의 전부가 된 세상에서, 경쟁에서 일찍이 밀려난 사람들에게 '조'처럼 살라고 하면 — 그들이 감동을 받을까요.


냉소하지 않을까요.




지하철을 탑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적힌 띠를 두른 사람이 있습니다.


승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립니다.





찰스 디킨스가 『위대한 유산』으로 하고 싶은 말이, 어쩌면 저 전도자의 외침과 비슷하게 들리는 건 아닐까요.


옳은 말.


그러나 지금 듣고 싶지 않은 말.


빨리 다음 칸으로 넘어가라고 하고 싶은 말.





그렇게 우리는 고개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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