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기억
한여름 밤,
쏟아지던 밤하늘의 별들을 세던 기억이 있다.
마당 멍석에 누워 하늘을 보면,
까만 하늘 위에 무수히 반짝이던 별빛이
내 마음까지 환히 밝혀주던 순간들.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그리고는 최근에 다녀온 별 보기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보라고, 외딴섬을 찾아가 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나도 몇 번 추천을 따라 별을 찾아 나섰다.
도심에서 보던 것보단 훨씬 많은 별이 펼쳐져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어린 시절 기억 속 별무리와는 달랐다.
그때의 감동,
그때의 눈부심은 다시 오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 시절 기억의 오류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세월 속에 바뀌어버린 자연환경의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별빛은,
나의 기억 속 별빛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홀로 집 앞 섬돌에 앉아
늘 앞산을 바라보곤 했다.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그 산은
내게 언제나 신비한 세계였다.
여름이면 짙푸른 옷을 걸치고,
겨울이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웅장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무서운 짐승도 살고 있을 거라 상상하며,
혼자만의 모험심을 키우기도 했다.
동요 속 "엄마는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이라는 가사처럼,
나에게도 늘 바라보던 풍경이 있었다.
푸른 바다가 아닌, 바로 집 앞의 산이었다.
그 산은 내 어린 마음이 꿈을 담아 키우던 무대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아직 그 앞산에 오르지 않았다.
성장하여 마을 뒷산에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어릴 적 기억 속 장대한 산과 달리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이 저려왔다.
그 경험이 있기에, 앞산은 차마 오르지 않았다.
혹여나 내 어린 시절의 상상이 무너질까 두려워서다.
그래서일까.
내가 찾고 있는 별무리도
결국은 내 어린 시절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별무리를 보고 싶다.
어린 시절 순수했던 내 마음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믐날 밤 강원도 안반데기를 찾기로 했다.
사실 이전에도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구름이 잔뜩 낀 날이라,
기대했던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혹여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순간 나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내 기억 속 별무리는
현실의 밤하늘이 아니라,
꿈 많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젠가 다시 그 별무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순수한 희망을 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