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밤, 감사와 아쉬움

남은 하루를 어찌 살아갈 것인가?

by 인생클래스

30여 년 동안 이어온 모임이 있다.

아내의 친구들 모임,

모두 교직에 몸담았던 분들의 모임에

결혼 후 남편들이 하나둘 동행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자리다.



사람들은 이런 모임을

'에스코트 허즈번즈 모임'이라 부른다.



처음엔 다섯 부부가 함께였으나,

지금은 한 부부는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고

또 한 부부는 아쉽게 다섯 해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 그 집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이 함께 만나왔으니 무슨 분유를 먹고 기저귀는 무엇을 차고 성장했는지 알 정도니 아들이 결혼하는 느낌이 든다.



식사 자리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신다.

"이제 일흔이 되니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기분이 영 좋지 않아.


세월이 너무 빠르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껴서 그런가 봐."

그 말씀이 오래 남았다.


마치 맛집이라고 애써 찾아갔는데

정작 음식 맛이 별로라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헛되이 하루를 흘려보내는 것이

못내 아깝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는 바쁘게 여행을 다니고,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하루를 꽉 찬 스케줄로 채운다고 했다.


오늘 저녁,

나는 예전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함께 했다.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하지만 직장 생활하는 동안 너무 가깝게 지낸 어른이자 동료이다.


낮에 들었던 일흔의 고백을 전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난 그냥 하루하루가 감사해.

그걸로 충분하지."


나는 두 분의 말씀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직장동료였던 분의 삶의 태도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을 느끼는 것보다,

오늘 하루가 편안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생각이 나면 글을 쓰고,

소소한 일상을 마음에 담으며 살아가는 것.


8월의 마지막 날.


문득, 너무 일찍 떠나

아들 결혼식에 함께하지 못한 30년 지인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그리고, 오늘 결혼식에 참석한 이의 말속엔

초조함이 묻어 있었고,


여든을 산 분의 말엔

고요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모두 삶의 무게가 깃든

뜻깊은 이야기들이었다.


돌아보면 인생이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한 편의 필름 같다.


그러나 그 필름 속에서

웃어도 감사, 울어도 감사.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오늘 같은 밤에는

더욱 그렇다.


하늘 어딘가에서

일찍 떠나셔 함께하지 못한 신랑 아버지 또한

아들의 결혼을 함께 축복하고 계시리라 믿으며,

8월의 마지막 밤을 감사 속에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