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개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요.
“이렇게 생긴 애가 소파에 앉아있으면 무서울 거 같아.”
내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 팀장이 했던 말이다. 우리 집에 처음 와서 너무나도 작았던 3개월의 쪼랭이의 사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러자, 함께 있었던 대리가 물었다. 왜요, 리트리버도 많이 키우잖아요.라고. 그 말에 돌아온 답은 '리트리버랑은 다르다'였다. 그때, 그 팀장이 말한 그 다름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형견 리트리버보다 작은 크기? 아니면 생김새?
"제 강아지가 진돗개를 싫어해서요."
반려견 놀이터에 데리고 갔을 때 상대방 보호자에게 들었던 말. 하지만 그 강아지는 쪼랭이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오히려 더 놀고 싶어 했다. 마지막에는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할 정도로 잘 놀았다. 상대방 보호자는 원래 안 좋아하는데 잘 노는 게 신기하다고 했고,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 강아지가 싫어하는 진돗개에 쪼랭이는 포함이 되지 않았던 걸까?
내가 쪼랭이를 반려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 집에서 키워요?
하지만 이 질문은 비단 내가 진돗개를 반려하기 때문에 듣는 말이 아니라, 사실 모든 소형견 이상의 개를 반려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들었을 말일 것이다. 모든 반려견 전문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몇 평짜리 집이어도 반려견은 보호자와 함께 있는 것에 만족할 거라는 이야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몇 키로 이상은 몇 평에 살아야 행복도가 높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반려견을 산책으로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고, 그 아이의 모든 견생을 책임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견종에 의하여 실외견, 실내견으로 나누어지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견종과 관계없이, 아마 모든 반려견은 마당 있는 집을 좋아할 것이다.
많이 듣는 말 중 또 다른 하나는, 진돗개 치고 순하네요.
나는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진돗개를 편견에 가두고 하는 말에 울어야 할지, 순하다는 말에 웃어야 할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개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형성된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보호자의 훈련을 통하여 오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후천적 교육에 힘을 많이 쏟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처럼 쪼랭이의 사회성은 꽤 좋은 편이다. 초보 보호자인 나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듯, 모든 개의 성격은 보호자가 형성해줄 수 있다. 충분히. 그런 의미로 해당 견종에 비해 더 좋다, 좋지 않다로 나누어 칭찬하기보다는 그 개에 대한 칭찬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쪼랭이가 개물림 사고를 낸다면 그건 내 개가 '진돗개'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잘못 키운 것이다. 또 마찬가지로 다른 견종의 개가 개물림 사고를 낸다면 그 견종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를 그렇게 키운 보호자의 문제인 것이다.
개는 서로 다르다고 하여 차별하지 않는다. 외모와 크기로 서로를 재단하여 차별하지 않고, 서로 성격적으로 잘 맞으면 잘 어울리고 아니면 지나치는 것이다. 사람도 모든 사람과 어울릴 수 없는 것처럼. 차별은 개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