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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일리 Jun 08. 2021

동물을 진정으로 반려하고 있나요?

애완견과 반려견의 차이는 큽니다.

  반려동물을 반려 가족이라고 부를만큼, 시대가 흐를수록 반려동물을 반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그저 키우는 것과 반려하는 것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동식물을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아주 큰 차이.


정말 부끄럽지만, 나는 초반에 쪼랭이를 키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저 내 입맛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그렇게 쪼랭이를 키웠다. 그게 잘못된 것을 6개월 차에 처음 애견 유치원 및 놀이터에 데리고 다니면서 알게 됐다. 나는 내 반려견과 교감을 할 생각도 없이 그저 나에게 맞춰서 따라오길 바라는 이기적인 보호자였다. 그래도 애정을 갖고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는 쪼랭이를 반려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교육을 함께 배우며 쪼랭이가 나를 리더로 인정하고 나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반려견을 반려한다는 것,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원래 '인싸'라고 불리며 바깥 외출을 정말 많이 하고, 지인들을 정말 많이 만나는 사람이었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지인들을 만날 때도 있었고 여행도 정말 자주 다니는 꽤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어쩔 때는 집에서 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바깥에서 모두와 내 시간을 공유하는 날이 더 많기도 했다. 그런 나는, 쪼랭이를 반려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렸다.


쪼랭이의 경우, 배변 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이틀만에 패드에 대소변을 가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니 산책할 때마다 대소변을 보기 시작했고, 이내 7개월 때에 완벽한 실외배변 강아지가 되었다. 실외배변만 고집하는 강아지를 반려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실내배변의 행복감을 더 많이 줬을 텐데. 내가 없으면 대소변도 해결할 수 없는 쪼랭이기에 나는 바깥 외출을 당연하게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 또한,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지기로 했다면 당연히 포기해야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쪼랭: 병원 싫어.

  강아지는 생각보다 잔병치레가 많다. 쪼랭이는 실외배변이기에 날씨가 어떻든 하루에 세 번이상은 꼭 산책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먼지로 인한 결막염 혹은 잔디에 있는 균에 의한 장염등, 잔병치레를 꽤 자주 하는 편이다. 더운 여름에는 아스팔트에 발바닥 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폭설이 내린 겨울에는 염화칼슘을 조심해야 한다. 어쩌면 내 몸보다 쪼랭이의 몸을 더 생각하면서 몇 십년을 살아야 한다.


반려견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미리 한 경험들을 토대로 꼭 얘기해 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집 밖에서 나의 반려견이 싼 응가를 얇은 배변 봉투로 주워서 치울 수 있나요?

최소 30분의 시간을 쏟아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갈 수 있나요?

반려견을 키우기에 충분한 시간과 최소한의 돈이 있나요?

나의 반려견이 타인 및 타견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교육할 수 있나요?

그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도 내 반려견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입양도 쉬우며, 파양도 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가족을 버리는 일에 피치못할 사정이란 없다. 반려동물은 정말 우리의 '반려' 동물인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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