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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일리 Jan 07. 2022

중형견을 키우기 힘든 이유.

그냥 중형견이라서 키우기 힘들까요?

  "나도 먼 훗날에 강아지를 데리고 온다면, 꼭 큰 아이로 데리고 오고 싶어!"

  내가 쪼랭이를 반려하면서 가끔 내 지인들이 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이 너무나도 고마우면서, 또 한 편으로는 차가운 시선을 설명해야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큰 강아지는 반려하기 힘들지? 아무래도 작아야 좀 편하지 않나? 라는 말은 정말 얼토당토되지 않은 말이다. 강아지를 반려하는 것은 그냥 힘든 일이다. 강아지의 크기로 그 힘듦의 정도가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10kg 미만이라고 하여, 그 강아지는 배변을 안 하는가? 배변 교육 혹은 산책 교육이 필요가 없는가? 다른 케어는 필요가 없는가? 사료를 구매하지 않는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본적인 질문들이지만, 이 질문은 10kg 이상의 강아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기본적인 반려인의 의무이다. 모든 강아지는 배변을 하고, 그 배변을 보호자가 수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리고 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산책 교육이 안 되어있어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교육의 의무가 있다. 이런 문제는 강아지가 '커서'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강아지를 반려할 때에 있는 '의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아지가 크든 작든 반려인은 비반려인보다 해야할 것들이 많다.

  나는 항상 강아지가 커서 힘들지? 라는 질문을 받으면 쪼랭이의 크기가 커서 힘든 건 없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이다. 나는 쪼랭이의 교육에 그만큼 힘 쓰고 있고, 그렇기에 힘겨루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의 보호자에게는 늘 수긍하며 따른다. 물론, 그게 100% 신뢰가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이 방법으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개물림사고를 낸 적 없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견종과 크기로 강아지의 사회성이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보호자의 노력으로 사회성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의 지인들이 중형견을 키우고 싶다고 얘기할 때, 답변으로 하는 힘듦은 오롯이 '중형견을 키우면서 받아야 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말'때문이다.

  중형견은 조심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그러니까, 정말 앞선 글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런 불편한 상황들이 정말 수도없이 일어난다. 이건 정말 쪼랭이를 반려하고 있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중형견을 반려하는 반려인에게 일어나는 상황들이다. SNS, 기사, 강아지 카페의 올라오는 글만 봐도 그런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 아무런 잘못없이 존재만으로도 을이 되어버리는 상황, 여러 방면으로 가시 돋힌 말을 듣는 상황, 가끔은 신체적인 압박을 받기도 하는 상황까지. 중형견 이상을 반려하는 사람들 중에 한 번이라도 안 겪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이런 불편한 상황에 대한 힘듦을 이야기한다.


  반려인으로서 안타까운 부분은 이런 것이다. 내가 내 강아지를 힘들게 반려하고 있지 않은데,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이라는 돌을 맞아야 하고 압박이라는 꼬챙이에 찔려야 하는 것. 나는 그래서 이런 현실때문에 중형견 이상은 키우기 힘들다고 대답한다. 강아지 때문이 아니라, 나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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