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궁금해지는 거예요?

듣기 싫어?

by 김서하

봉 수아르! 생소한 인사말일까? 나는 친구들과 만날 때 다양한 인사말을 사용해. 똑같은 "안녕"만 반복하면 일상이 지루해지잖아? 나와 너의 삶의 조금의 다채로움을 주기 위해, 조금의 재미를 주는데 딱 좋다고 나는 생각해.


그런데, 다들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더라고. 나에겐 농담이지만 남들에겐 잘 춰봐야 못 알아들을 웅얼거림, 심하면 잘난 척으로 느껴지나 봐.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호기심으로 정했어.




"그만해 주면 안 될까?"

"아니... 그래도 나는 널 생각해서 그런 건데..."

"아냐, 관심 없어. 듣기 싫어."

"...너무한 거 아냐?"


우정을 진심으로 시험해 보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가라고들 하지. 내가 친구와 처음으로 여행을 간 곳은 일본이었어. 그 친구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했고, 나는 일본어를 할 줄은 모르지만 일본어의 부분적인 특징은 여기저기서 주워들어 알고 있었지.


처음 이틀은 아무 문제 없었어. 내가 짠 일정에 따라 열심히 돌아다니며 도시 곳곳을 쏘다녔지. 이동 중의 잡담으로 가끔 그 친구가 자기 일본어 발음 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최대한 열심히 한국어와 일본어 발음의 차이와, 한국인이 쉽게 실수하는 일본어 발음을 설명했어.


난 친구가 그걸 듣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나봐.


어쩌다보니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로 끼니를 때우게 돼 돈이 남았어. 그래서 돈 좀 쓰자고 초밥집에 가서 분위기 있게 먹고 난 뒤에, 둘이서 얘기하다가 또 일본어 얘기를 하게 됐어.


근데, 삼일 동안 듣고 있자니 걔도 고역이었나, 딱 잘라서 듣기 싫다고 할 줄이야. 그런 말에 상처를 받자, 생각지도 못하게 화가 나더라고. 무시를 받아서인지, 부끄러웠던 건지, 나도 모르게 조금 큰 소리로 내 행동을 변명했나봐. 걔가 주위 시선이 느껴진다고 나를 진정시켰어.


나도 그 말을 듣고 정신이 확 들어서 곧바로 진정하고 지금까지 너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얘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말을 했지.




지금까지 내가 게워낸 것들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나는 조금 독특한 편이야. 자기 할 말을 꼭 한다거나, 남의 불편함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거나, 생일을 죽어도 안 알려준다거나,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관계를 깨버리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지.


나의 이런 비사회적 행동에는 남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정보까지 지나치게 많이 떠든다는 것도 있어. 물론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아. 하지만 친구가 뭔가를 물어볼 때, 특히 그게 내 취미와 관련이 있다면 연달아 지식을 쏟아내 버려.


그렇지만, 나만 그런 거는 아니잖아. 우리는 다들 각자 취미가 있고, 그거랑 관련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지. 이 친구도 한 게임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서, 그 게임 얘기를 하는 걸 나도 관심 있게 들어줬어. 그리고 아마 이게 차이가 아닐까 싶어.


나는 아이돌 얘기에서 지하철 얘기까지, 상대가 열정을 가지고 떠들면 그 주제가 뭐든지 흥미가 생기더라고.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읽어야 해서 그런가, 나는 항상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거웠어. 물론 나도 취미가 있으니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지식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었지.


그렇지만 나는 방금까지 관심이 하나도 없던, 하나도 안 궁금하던 얘기를 하더라도 절대 말을 끊거나, 돌리거나, 멈추라고 하지 않아. 왜냐면 이제 궁금해졌거든. 네가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활자 중독이 어떤 글자라도 읽는 것처럼, 나는 내게 들어오는 어떤 지식이라도 듣지 않을 수가 없어. 네가 떠드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도 있지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분야의 지식도 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다들 이런 건 아니더라고. 아예 말이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떠드는 사람도 있어. 저 친구가 이런 사람이었던 거지.


하지만, 세상 모두가 이런 건 아니야.


세상에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도 있어. 처음 보는 것, 처음 듣는 것,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을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과 친구를 하게 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지 않아? 물론, 그 친구들이 너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그 친구들의 얘기도 들어줘야 하겠지.


가끔은 새로운 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미워질 때가 있어. 나는 모든 얘기를 다 들어주는데, 너는 왜 그러지 않고 나를 이렇게 제약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어질 때가 있지. 하지만, 우리는 각자 다르잖아. 다들 싫어하는 게 있고 좋아하는 게 있지.


생일을 축하받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내가 있으면,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너가 있는 거니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그렇게 배운 걸 남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그런지 내 주위 친구들은,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다들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야.


그렇지만 '어떤' 새로운 것인지가 중요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안 중요한 친구도 있어. 사람은 이처럼 다양하지.


이 글의 주제는 호기심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기 위한 게 아냐. 오히려, 그 반대야.


나는 남을 잘 생각하지 못해. 나 중심으로 내 주위를 꾸려나가고자 하지. '내가 걔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언제나 고려하지만, 내가 독특해서 그런지 항상 다른 사람들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였으면 흥미 있게 들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걔를 화나게 해버린 거야. 걔가 원한 건 자기가 느낀 감정을 한 번 풀고 마는 거였겠지만, 내가 준 건 길고 이해하기 힘든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계기로 삼아서 항상 역지사지를 명심하고 살려고 해. 역지사지를 말 그대로 하면 '내가 걔였으면'이긴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걔는 어떻게 할까'를 이해해 주는 거라는 걸 명심하려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해. 내가 독특한 만큼 그 사람도 독특하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등장한다면,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보기보단, 그 사람의 처지를 그 사람의 시선에서 이해해 보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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