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3-25.11.19

by 김서하

탁한 비가 자욱해서 잿빛으로 하늘 가려

붉은 해는 노을 잊고 서둘러 퇴근했나

오로지 무채색의 하늘만 단풍잎을 비춘다

― F67. 흐린 날의 미학


사이다 큰 페트병 보닛 위에 서있는데

가만히 서있어도 위태로워 보이는 걸

그래도 보이는 건 저래도 제자리서 버티겠지?

― E14. 믿고 있다고?


고작 3분 가는 싸구려 모래시계

분홍색 가짜 모래가 조소를 스스로 해

다양한 기울기 따라 삼수갑산 그려내네

― A46. 값싼 요지경


네 시간 여덟 시간 하염없이 꼬옥 쥐고

머리를 비워내며 공 사상을 욕 보이는

두 손이 너무 미워서 거치대를 사버렸어

― E38. 이젠 아프지 말라고 그래


어쩌다가 기회가 돼 배 터지게 욱여넣고

덜컹이는 버스에서 담아두려 고생하고

마침내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를 해서 다 토해

― B52. 아이고 부질없다


높이 뜬 저 보름달 부끄럽나 구름 쥐고

움켜 잡은 먹구름서 빗줄기 흘러 내려

밝은 빛 구름을 뚫고 빛줄기가 같이 오네

― F62. 돌아가는 길


또옥똑 따라하듯 떨어지는 물방울은

위아래 시차 따라 떠들면서 떨어지고

따진 듯 몰아붙이는 한 목소리 똑같네

― F68. 또 다시 또 다시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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