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29-26.02.04

by 김서하

힙겹게 일어났어 그렇지만 잠이 안 깨

늘어트린 네 다리가 살충제를 맞은 벌레

굼벵이 담 넘어 가듯이 굴러굴러 기어가

― A63. 힘겨운 전장에서 힘겨운 전장으로


성실함은 미덕이래 그러니까 일을 하렴

머리에서 힘 빠져도 핸드폰도 못 들어도

혹시나 일 끝나 쉴 때 의욕 하나 없더라도

― A62. 일 더하기 일은 일


주머니서 손 꺼내면 어느새 느낌 없어

옷깃에 스치면은 베인 듯 아픔 있고

예리한 감각 끝에는 살아있는 통증만

— F71. 생명으로 넘치는 겨울


썩어가는 주말 사이 맑은 바람 쐴까 하다

갑자기 불어드는 냉풍에 발을 돌려

뜨끈한 이불 아래에서 투둑투둑 부패해

— D68. 모처럼 힘냈는데


언젠가 열쇠 찾음 여기서 날아가자

투명한 친구에게 손 걸고 약속했어

쇠 바닥 쥐잡듯 뒤지기를 삼십만 년 허무히

— B58. 아직도 찾고 있어


묻겠네 이 인간은 어디에 쓸 수 있나

쳇바퀴 굴리거나 가만히 썩히거나

맘대로 소비하십쇼 사간 사람 맘이니

— E46. 좋은 사람이 사갔으면


눈물을 떨궈대는 앙상한 나무들아

추정을 잊어먹고 동정만 뿌리는가

정수리 축축하게 되어 뼛속까지 시리네

— F80. 눈 물을 떨궈대는

목요일 연재
이전 12화26.01.22-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