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늦었기에 그때는 바쁘기에
맞지 않는 톱니바퀴 빠르게 마모되고
이 나간 바퀴만 남아 순둥이가 되었는가
― D72. 백수가 바쁘다니
하루는 날아가고 내 몸은 기어가고
나 고이 아끼던 것 따라잡질 못하겠고
어느새 발목 붙잡힌 채 과거만을 붙잡고
― D56. 그렇게 흘러가고
나는 여기까지 너는 못 들어와
애써 말로 그은 무의미한 선 지키려
매섭게 날 벼리다가 손 놓쳐서 날 베어
― C50. 말로 날을 벼려
끊을 수 없었는지 멈추질 못하게 돼
욕망은 갈라지고 이성은 둘러쌓여
안 된다 외치면서도 멈춤 없이 계속해
― B65. 이렇게 연약했나
무엇을 보았길래 멈추질 못하는지
스스로 닦달하며 두 손을 놓칠 않아
일거리 만들어 놓고선 피곤하다 투정이야
― E48. 만드는 저주
의미 없이 쓰러져서 욕창이 진득허니
이번 주말에도 한 뭉텅이 썩어가고
언젠가 푸르게 변하는 날엔 다시 한 번 자라나자
― D64. 푸른색은 무엇의 색인가
한 방울씩 떨어져서 얼음 위에 쌓여가고
아래서 솟아오른 뾰족한 고드름에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어 몇 방울을 더 뿌려
― C12. 눈의 여왕의 붉은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