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만 좋다는데 거절하긴 맘 약하고
때려치고 나가는 건 상상만 가능하고
결국엔 속으로 욕하며 또 억지로 맞춰주고
― B67. 완강하지 못해
오늘까지 내일까지 계속해서 밀어두고
어제까지 그제까지 나 몰래 당겨두고
맘대로 바꿔놓으까 괴로운 건 내 계획
― D71. 이런 것마저 끌려다니는
풀을 풀어 살살 발라 희게 개어 쓱쓱 붙여
전부 다 희게 되면 새하얗게 다 나을까
뽀얀 살 밝게 빛나면 새까맣게 다 잊힐까
― A66. 하얗게 나아
정처 없이 버스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
하얗게 다 벗겨진 가로수 우뚝 서서
조용히 전자음도 없이 침묵으로 마주 봐
― F89. 내가 네가 네가 내가
금방이지 생각하고 피곤해도 덤볐다가
어느새 고개 들어 훌쩍 지난 시침 보고
잠자리 가는 때를 놓쳐 슬픈 눈에 일 담아
― A54. 계산은 했건만
무심코 일찍 나와 못난 놈 기다리니
적적한 역사 안에 동지들과 함께 앉아
제각기 그리는 자 오고 오직 나만 남았네
― F103.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방 속에 갇힌 채로 꼬박 보낸 한나절은
어느새 끝이 나고 내일이 다가오네
아이고 일어나기 싫다 제발 나를 가둬다오
― D70. 일어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