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일필휘지, 나는 떨리는 손 잡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은 위태로운데 그 두 길은 멀기만 하다.
참 멀고 멀다. 문인화 수업 가는 길도 멀고, 배우는 길도 아득하다.
화선지를 펼쳐놓고 붓을 든다. 구겨진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손으로 다림질하듯 주름의 흔적을 지워보지만
그림 속에서도 그 흔적은 남는다.
완성된 그림 가운데 선명한 구김이 태초의 붓놀림으로 따라붙는다.
누군가는 휘젓듯 붓의 놀림 거침없는데, 그 가운데 나의 손은
돌처럼 굳어버린다. 끊길 듯 이어지는 선이 위태롭게 보인다.
서늘한 기운은 등을 타고 오르고, 손은 갈 길 잃은 무적자처럼
흔들리는데, 붓의 원심은 지탱하는 한 점에 매달리는 상태로
우주의 법칙을 확인한다.
원심과 구심의 팽팽한 대결, 서로를 뒤집으며 휘젓는 손길이
화선지의 미세한 혈맥으로 소용돌이치며 우주의 한숨을 내쉬는데,
푸른 힘줄의 탄력은 지쳐버린 우주를 힘껏 끌어당기고 있다.
돌아보는 눈길마다 거센 폭풍우는 지칠 줄 모르고,
발걸음은 성큼성큼 걸으며 한발 한발 크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