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거실로 잠깐 나왔는데
아내가 내 등에 업힌다.
"업어줘!"
별 말없이 쭈그린 채 등을 내민다.
어깨에 두 손을 꼭 잡고 매달린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두 팔로 허벅지를 받치고 업은 채로
거실로 나온다.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업어준 기억이 까막 득하다. 그 시간이
어느 사이에 흘렀을까.
어느 까마득한 시간에 처음 만난 순간
등 돌려 돌아가고 싶었다는 아내의 고백,
이젠 내 등 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
세월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와 내일 돌아올 또 그날만이 일상을 지배하고
하루를 기록할 뿐이다.
업힌 아내가 내 어깨를 잡는 힘이
삶의 기쁨으로 스며들어오고,
한 곳을 응시하며 걷는 발길에
어느새 지나온 날들의 편린들이
오롯이 묻어 나온다.
무언가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은
나를 돌이켜보는 것이 아닐까.
아내를 등에 업으며 나는
두 사람의 우주가 새로운 별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