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붙지 않는 시

시간이 흘러갈수록

by 수필천편

신경림의 시를 한편 외우고 있다. 11월부터 시작해서 벌써 한 달째가 되어간다.

문제는 시가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어떤 때는 제목도, 시인도 가물가물하다.

더군다나 시의 구절이 흐릿하게 떠오르다가도 다시 지워진다. 막막하다.


요즘 들어 시 한 편을 외우는 것이 내게는 점점 어려운 일로 다가온다.

그동안 외워온 시들을 산에 다니며 한 편씩 읊어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런데 외운 시를 입으로 떠올리다 보면 가끔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닥쳐올 때가 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머릿속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늘 산에 갈 때 시를 외우며 가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서인지 산에 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를 읊고 있다. 배운 시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눈은 갈 곳을 보지만 입은 시를 떠올리며 읊고 있다.


불현듯 시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한 구절만 떠올리면 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그럴 때면 나는 시를 적어놓은 작은 수첩을 주머니에서 꺼내본다.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흐릿해지니 시 수첩을 꺼내는 일도 많아진다.

아직도 마음은 청년인데, 나이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노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모르겠는가"


저 시구절처럼,

마찬가지로 내 기억이 가난하다고 해서,

지금까지 시를 못 외운 적은 없었다.


학창 시절의 벼락치기 암기는 이제 못하지만

인생 2막의 마라톤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