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하고 시낭송하고

하루의 흐름

by 수필천편

오늘은 제법 바쁜 하루다. 목청껏 부르는 합창 음악수업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평소라면 늘 걸어가던 길이다. 하지만

이제는 버스를 타고 간다. 비어있는 좌석 창쪽으로 앉고는

오가는 길거리의 풍경을 느긋한 마음으로 쳐다본다.


바쁜 시간대의 아침이 막 지나갔는지 버스를 오르니

모두 좌석에 앉아서 가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느긋한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가롭다.

말 없는 눈빛에는 다들 마음속의 지도를 보며

그려왔던 여행지를 하나, 둘 씩 떠올리고 있다.


제법 이른 시간에 합창수업교실을 들어간다.

익숙한 얼굴들, 이름들은 몰라도 노래 친구들이다.

피아노 반주와는 다들 결이 다른 음정으로 노래를 한다.

나도 그 속에서 한몫하고 왔다.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하나의 할 몫을 마쳤다. 기다리는

버스도 제법 빨리 온다. 손발이 착착 맞는 기분이다.

버스 정류장의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천변만화다.

그나마 앉은 채로 기다리는 사람들은 느긋한 웃음을 짓는다.


돌아오고 나니 시낭송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쉴 사이 없이

움직인다. 그래도 서두른 탓인지 늦지 않는다. 수업답게

자신의 애송시를 낭송하도록 시킨다. 제일 뒷좌석부터

파도가 밀려오듯 점점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내게로 온다.


내가 애송시 낭송할 차례가 온다. 시수첩에 적혀있는

시 '질경이'를 낭송한다. 입에 붙은 시라 차분히 나온다.

내게는 익숙한 시지만 다른 이들에겐 아닌가 보다.

선생님의 코멘트: '새로운 시들을 찾아라'였다.


칭찬의 의미다. 오늘은 제법 만족스러운 하루이다.

이제 새로운 시들을 외우는 도전을 치러야 한다.

낯선 시가 입에 쉽게 달라붙지 않는다. 처음처럼

한 줄 한 줄 외워 갈 때이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워지고 책상에 놓인 네모난

시계에서 분침과 시침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늘의 일과를 마치도록 종용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