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외워졌다
수험생처럼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수시로 보았다.
걸어갈 때 버스를 기다릴 때 헬스 갈 때 맨발로 산에서 그렇게 짬짬이 외웠다.
기억이 해낸 것일까 몸의 습관이 해낸 것일까 아니면 반복하는 입의 근육 때문일까.
어느 하나는 아닐 것이다.
시 한 편 외우는데 동원된 것이 참으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러니 사람하나 사는데 우주가 동원된다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으니 예방 차원은 이제 지났다.
대신 초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올 해로 3년, 외운 시는 서른 편이 안되니 일 년에 열 편도 못 외운 것이고 한 달에 한편도 못 외운 것이다.
그럼에도 나한테는 기적이다.
시는 늘 기적이다.
처음 시작할 때 한 줄도 못 외울 것만 같다.
모두 유명한 시인인데 시인도 제목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내용이 연결이라도 되면 쉬울 텐데 한 단어 한 단어 모두 제각각 끊긴 고리다.
떨어져 나간 퍼즐조각이다. 초반 재구성은 늘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 입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외우고 또 외운다.
새로운 시를 외울 때 늘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싶은데 그래도 끝이 보인다.
아 거의 다 왔구나. 거의 다 외워지는구나.
그렇게 두 달.
1연이 내 입에서 술술 나온다.
동짓날 밤
나는 베란다에서 시낭송을 했다.
마지막 연까지 마무리했다.
가장 밤이 길다지만
낮이 길어질 날만 남은 밤이기도 한, 동짓날.
나도,
다 외운 시는 뒤로 업고
새로 외울 시를 앞으로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