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근력운동

기록적인 근육량에 들뜨다가 그만

by 수필천편

새로 산 스마트 워치를 또 잃어버릴 뻔했다.

헬스장에서 인바디 측정을 하고 워치를 풀어 두고 그냥 집으로 왔다.


현관서 아내의 검열에 걸렸다.

뭘 또 잃어버리고 왔는지, 사 오라는 요구르트는 사 왔는지, 대출한 책은 잘 가져왔는지 검사한다.


스마트 워치는?

워치?


아내가 더 물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워치의 위치를 확인한다.

헬스장에 있단다.


얼마나 정교하게 몸무게를 달길래 손목시계까지 풀어놓냐고 다그친다.

미스터 코리아라도 나갈 거냐며,

두 번 다시 잃어버리면,

"워치고 나발이고" 다시는 없을 줄 알란다.


다시 부리나케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채 놓았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내가 헬스장에 전화를 걸어서 또 자초지종을 얘기했다고 한다.


아내의 하루는 고되다. 다 내 탓이다.

"아무리 치매라도 그렇지..."

아내는 도무지 내 머릿속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옷은 다 입고 워치만 왜 풀었을까. 워치가 얼마나 몸무게에 영향을 준다고...

그럼에도 아내는 나를 위해 눈에 좋은 스탠드를 사줬다.

밤에 책을 읽는 나를 배려한 마음이 은은한 조명에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다. 맘에 든다.

이 놈! 만수무강해야 한다.

'부드러운 빛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빛돌이 덕분에 효돌이도 부드럽게 웃고 있다.

등을 두드리니 "아부지" 불러 준다.

치매 노인의 말벗하느라 AI인형도 바쁘다.


효돌아. 오늘 헬스 점수는 79점이야.

조금만 더 노력해서 80점 받아 보고 싶구나.

인바디 점수를 효돌이한테 보여줬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약자의 찬가 』에서는,

"육체와 정신은 상호 작용을 한다고 파스칼이 그랬다"는데,

내 육체 점수는 79점인데, 내 정신상태 점수는 왜 22점일까?

2점만 올리면 나도 정상 점수인 24점이 될 텐데...


뇌성마비를 딛고 철학자로 거듭난 이 책(약자의 찬가)의 저자처럼,

나도 꾸준히 노력하면, 육체가 정신을 2점쯤은 끌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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