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사색하기

마음의 걸음으로

by 수필천편

자유로운 걸음만큼 마음의 즐거움도 피어난다.


나는 늘 걷는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길은 마음이 편하다. 그럴 때마다 계절의 기운이 내 몸에 다가온다.

걸으면서 나는 걷는 법을 익힌다. 발로만 걷는 것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다. 눈으로도 걷고, 마음으로도 걷는다. 마음의 길은 거침없는 길이다. 눈으로만 보는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는 것만이 아닌, 영혼의 자유까지 말이다. 물리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방향을 전제하지만, 마음속의 걸음은 그 어떤 제한도 없다. 봄에도 눈이 내리고, 겨울에도 꽃이 피는 세계이다.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나는 걷는 법을 다시 배운다. 평탄한 길은 천천히 걷고, 경사진 길은 빨리 올라간다.

걷는 속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마음이 길에 접하는 속도는 물리적 세계를 벗어난다. 사람들은 똑같은 걸음으로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걸음의 폭도 걷기의 빠르기도 저마다 다르다. 산은 누구나 똑같이 대하지만, 사람들은 산을 각기 다르게 바라본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발아래만 접하는 사람들은 그 표면만을 바라본다. 가파름과 완만함이라는 겉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산을 느낀다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길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 마음의 세계가 비로소 산과 합일하는 것이다. 그런 합일의 순간,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 솟아난다. 걷는 것도 그 방향도 어느새 보이는 길을 벗어나버린다. 중력의 힘을 벗어난 그 어떤 가벼운 발걸음이, 지면을 닿지 않은 채 걸어가는 기분이다. 산에서 느끼는 자유는 더 충만해지고, 내려올 때면 올라올 때와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된다.

같은 길, 같은 방향, 같은 집이지만 무언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자유로운 걸음의 속도가 몸과 마음과 하루하루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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