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동네구경

꽃향기를 담은 길을 걷다

by 수필천편

매화가 활짝 핀다.

할미꽃도 곁에서 뒤질세라 피어난다.

홍매도 막 피려고 몸을 움찔거린다.

붉은 알알이 떨어진 산수유가 노랗게 봄을 맞는다.


모처럼 산아래 마을에 갔다.

꽃이 많은 도심 속 '시골동네'다.

야트막한 콘크리트길과 돌길을 번갈아 걷는다.

산길의 마음으로 걸어가는 길, 꽃향이 내 마음에 적셔든다.


오랜만에 걷는 길이어서 그럴까? 조금 낯설기도 하다.

아내와 처조카와 걷는데, 둘은 앞서 가고 나는 뒤따라 천천히 걷는다.

조금은 선선한 날씨여서일까? 매화는 화려함보다는 청초한 모습으로 맞아준다.

그 순박한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잠깐 선 채로 꽃들을 스케치 한다. 생각보다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매화는 어디 가고 풀줄기와 작은 꽃들만 엉성하게 그려져 있다.

더군다나 비닐하우스의 그림까지 있다. 생각보다 엉뚱한 그림이다.

그래도 내 눈에 비친 길의 풍경이다.


동네 길 걷는 마음처럼 몸도 푸근해진다.

아내도 조카와 웃음을 주고받으며 쉴 새 없이 새들처럼 지저귄다.

적막한 마을이 조금 더 밝아지고 생동감이 피어나는 것만 같다.


돌아오는 길, 늘 느끼는 것은 가는 길보다 오는 길이 짧게 느껴진다.

갈 때의 설렘과 돌아올 때의 아쉬움이 남기는 감정일까?

그럴 때면 다시 한번 되돌아가 아쉬움 없이 꽃들과 새들에게 회포를 풀 듯

새들처럼 지저귀고 꽃처럼 향기를 뿜어내고 싶다.


인간의 몸에서,

향기 머금은 꽃으로 변하여 바람에 흔들리는,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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