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일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by 수필천편

열매는 익으면 자연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리고, 누군가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열매 하나 뚝 따서 손에 쥐어본다. 키 작은 아이는 발 뒤꿈치를 꼿꼿이 들어 더 예쁜 열매하나 손에 쥐어든다. 그렇듯이 해야할 일도 눈 앞에 대롱대롱 매달려 하나씩 마무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서늘한 늦가을 바람이 어느덧 시원한 바람에서 조금은 썰렁한 바람으로 바뀐다. 아침 산은 여전히 도도하게 어깨를 활짝 펴고 있는데, 걷는 사람들 얼굴엔 서늘한 기운이 서리처럼 깔려있다. 산을 올라가려는 길목 큰 감나무에는 자신의 할일을 다 했다는 듯 붉게 물든 얼굴로 늦은 감 몇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지나가다 혹시나 하여 흔들어보지만 감은 떨어지지 않고 바닥에 쌓인 나뭇잎이 더 두텁게 떨어져 이미 떨어진 녀석들을 추울까 싶어 덮어준다. 감들은 떨어지며 마지막 일을 마치고 텅빈 가지들은 아쉬움으로 바람에 흔들리며 보이지 않는 감들 낙엽처럼 흔들리며 하늘로 손을 흔들며 멀어진다.

잠깐 다녀온 장바구니에 아내는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나는 서둘러 물을 흘리듯 글을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