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축복이에요.’-말라 프레이지 글.그림, 김지은 옮김)
유월 넷째 주 수요일, 여느해보다 더욱더 더운 유월의 날, 거리를 걷는다. 지금 온도는 30도, 얼마 전부터 아픈 무릎은 더 아파온다. 휴대폰의 문자가 와서 보니 몇 시간 전에 면접을 보았던 곳에서 불합격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예상은 했다. 그 분야에 대한 이력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두 명 중의 한 명이었기 때문일까? 여러 생각이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이 분야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나이도 많고, 어딘가에서 일할 경력도 없는데 취업이 안되는 것 아닐까? 사업을 작게라도 해야 하나? 어느 분야로? 아....어쩌지? 우선 길을 걷다가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빵이 아닌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밖으로 나와 다시 걸었다. 아이스 카페라떼는 다소 흥분했던 내게 안정감 비슷한 감정을 주었다.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림책 코너에 가서 가장 먼저 내 눈에 띄인 책은 아이러닉하게도 ‘모두가 축복이에요’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집에 와서 라면을 끓인 후 천천히 책의 겉표지를 열었다.
“모든 탄생에는 놀라운 축복이 있어요.”
이런 글에 갓난아기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랑스럽다.
“모든 웃음에는 빛나는 축복이 있어요.”
너무나 밝은 그림들로 마음이 잠시 환해진다. 유년기의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좋다.
“희망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요리나 공부나 연을 날리거나 보드를 타거나 기타를 치거나 무엇인가를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건강하다. 나도 그럴 수 있겠지.
“슬플 때면 언제나 위로가 함께 할 거예요.”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그림들이어서 그런지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삶의 모든 순간은 신비로 가득해요.”
그렇지! 내가 그것을 잊어버렸군하고 생각했다.
“사랑이 있는 곳에서는 눈물조차 축복이에요.”
내가 밖에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 것을 모르는 남편이 아이스라떼를 만들어주었다. 고마워서 거절하기 힘들어서 그리고 또 마시고 싶어서 마시면서 오늘 밤 잠 걱정을 한다.
“우리의 삶은 모두가 축복이에요.”
오늘 지친 내게 이 그림책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기쁘게 살겠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한 뒤 라면을 먹고 아이스 라떼를 한 잔 더 마시며 좋은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니 슬픈 일, 걱정 되는 일, 피곤한 일들이 어느정도는 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또 살아가는 것이겠지.
*이미지는 ‘모두가 축복이에요.’-(말라 프레이지 글.그림, 김지은 옮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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