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tree Jun 19. 2024

만나고 싶은 세상은? 엿보고 싶은 대상은?

-그네, 김현주 지음-

  이 책의 앞 표지에는 나뭇가지로 줄을 이어서 거꾸로 타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 아이는 활짝 웃고 있다. 아이가 숲속으로 들어가서 덤불이 그네처럼 우거진 곳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라는 작품이 있다. 유명한 작품이다. 단오에 목욕을 하는 여성들과 그곳에서 그네를 타려 하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모습을 어린 승려들이 훔쳐본다. 이 그림에서 여성의 욕망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그네를 타고 어떤 풍경을 보고 싶었을까? 

 로코코 사대의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에서는 화려한 차림의 여성이 그네를 타고 있다. 남편을 떠나 젊은 연인에게로 가려는 욕망을 읽는다. 그녀가 보고 싶은 것은 연인이었을까? 아니면 규율에 대한 거부였을까? 

 어릴 적 초등학교에 있었던 그네는 그리 인기가 있지도, 그렇다고 방치되거나 하는 놀이용품은 아니었다. 차라리 정글짐이나 저 학년들이 타는 시소와 같은 것이 더 인기가 있었다. 

 김현주 작가의 ‘그네’를 보면 한 아이가 수풀로 들어가서 덤불이 그네처럼 드리워진 곳에서 그네를 탄다.





 여러 동물들이 와서 같이 타는데, 그네타기에 재미를 느낀 아이와 동물들은 위험을 몰랐다. 아이러닉하게도 뱀이 위험한 순간에 끊어지는 줄을 잡아주었다. 아이와 동물들은 그네를 타고 구름을 뚫고 더 큰 세상을 보았다. 이후 바닷속으로도 여행을 떠난다. 바닷 친구들도 만나게 된다. 숲, 하늘 ,바다가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네를 타게 되면서 알게 된 일이라고 작가는 이야기를 한다.




 이 책에서 그네는 매개체이다. 우리 모두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세상도 모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그네를 타면서 깨닫게 된다. 아이와 동물들은 그네를 타면서 그와 같은 세계를 엿보았고 신나는 여행을 했다. 신윤복의 그네처럼 프라고나르의 그네처럼 역시 그네는 우리에게 평소에는 가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보여준다. 





 어릴 적에 외삼촌댁에 가면 마당에 그네가 있었다. 그러나 그 그네는 마주 앉아서 탈 수 있는 4인용 그네였다. 그 그네의 명칭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고 누군가와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탈 수 있었다. 그네를 늘 탈 수 있는 사촌이 참 부러웠다. 혼자타는 그네는 사실 내겐 너무 무서웠다. 가끔 멀리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어서 누군가 그네를 타는 곳에는 잘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4인용 그네는 안전해보였다. 마치 흔들의자와 같이 어느 정도 이상은 흔들 수 없으며 당연히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으며 앉아있을 수도 있었다. 안전했다. 대신에 새로운 곳을 보기는 어려운 그런 그네이다.

 몇 년 전 삼촌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도 그 마당에 있던 그네를 생각했다. 그네를 놓아주셨던 삼촌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애틋한 슬픔이 다가왔다.

 다른 세계를 본다는 것은 꽤 매혹적인 일이지만 그것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오늘 나는 그네를 통해서 그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생각해본다.



 *이 글의 이미지는 (그네, 김현주 지음)에서 가져왔습니다.


배소이 키트: 얼음이 많이 든 레모네이드/ 호두과자/ 4인용 그네/

매거진의 이전글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