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시 이야기-
올해로 이 도시로 이주한 지 7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이 곳에서의 삶을 표현한다면 ‘늘 배우고 성장하는 삶’이었다. 이 곳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유독 강의나 강연 등의 교육이나 학습프로그램이 많았다. 나 역시 학생들과 배움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이러한 강연들을 적극적으로 수강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전문가들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나의 강의의 내용이나 기술도 점검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곳에서 수강했던 강의의 대체적인 특징은 체계적이며, 전문적이며 지역의 특성에 알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체계적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대부분의 강의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의도에 맞게 여러 차수로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보다 더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이것은 두 번째의 특징인 전문성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특성이다. 하나의 강의 주제에 대해서 집중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진행이 되었기에 그 분야에 대해서 자세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지역 중심적이다. 지역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활용하기도 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내용의 강좌를 많이 개설하여서 학습자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나의 주요관심사는 주로 문학이나 독서 그리고 인문사회계통의 지식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 집중해서 강의를 수강하고는 했다. 이 도시에는 이러한 분야의 강좌도 무척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강좌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본다면, 우선 처음 온 해에 국립도서관에서 실시했던 프로그램이니다. 프로그램 중에 특히 의사소통과 관련된 강의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지역향교에서 주최하는 ‘논어’와 ‘명심보감’강좌에도 참여했다. 당시에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함께 학습하며 고전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도 했다.
2018년도에는 인재육성평생교육원에서 주최하는 부모교육의 8차시를 모두 수강하였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서 자녀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대처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하면서도 실용적인 강좌였다. 또한 시청 교육지원과에서 준비하신 '2019년 제1기 도서관 아카데미' 교육을 수강했다. 총 2회차 교육이었는데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의 최혜진 작가의 강의였다. 작가는 유럽대륙의 6,708킬로미터를 이동해서 열 명의 예술가를 인터뷰하고, 창의력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인상적으로 전달해주었다. 통찰력이 있는 질문과 깊이 있는 답변으로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활동의 이야기와 더불어서 그들의 교육철학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올해에도 국립도서관의 유익하고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지역 평생학습관에서 기획한 다양한 강연을 수강했다. 특히 올해 수강했었던 대부분의 강좌들은 코로나 때문에 줌 화상회의로 이루어졌는데, 대면강좌 못지않게 유익했다. 올해의 인문학 강좌에서는 2회에 걸쳐서 정여울 작가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서 융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좋았다. 융 심리학의 개념 중에서 ‘에고’와 ‘셀프’에 대한 개성화 과정에 대한 설명과 우리 자신은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시간이었다. 사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저도 청소년기와 이십 대에 감명 깊게 읽었던 작품이다. 얼마 전에 리커버 버전으로 출시되어서 중학생인 아들에게도 권했던 책이다. 융 심리학적으로 접근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그 깊이가 깊고 또 새롭게 느껴졌다.
깨달은 사람에게는 단 한 가지 의무만이 있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자기 안에서 더욱 확고해지는 것,
그 길이 어디로 나 있든 자기 자신의 길을 계속 더듬어 가는 것,
이것 외에는 그 어떤 의무도 없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이러한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우리는 헤세가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자기를 탐색하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삶을 살아가는 길에 서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현재 시민대학 집현전의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다. 집현전 강좌의 기획 의도도 좋고 프로그램도 유익하기에 앞으로 보다 더 좋은 내용의 강좌가 많이 개설되기를 바란다. 또한 강사분들이 근처의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과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분들과 함께 구성이 되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사실 강의를 듣다 보면 조금 실망스러운 면이 있기도 하다. 우선 내용이나 방향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도 있었고, 전달방식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우선은 더욱더 학습자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 더 학습자의 기대에 맞는 풍부한 콘텐츠를 갖춘 강좌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문학과 실용학의 구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의 요소 모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실용학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사랑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든다. 그저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 조금 더 판단력을 갖추는 것, 그 길이 바로 이러한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체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이 끝난 이후에는 원하는 수강생들에 한해서 학습모임이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깊이 있게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다면 학습자나 지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늘 양질의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더 좋은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많은 프로그램을 수강함으로써 저는 늘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에 대해서 추구하며 알게 되었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 역시 강의하는 분야의 새로운 서적이나 자료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수강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다. 단지 내용뿐만이 아니라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가까운 미래에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강좌들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삶과 일에 적절하게 적용하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강좌가 무궁무진하고 언제나 쉽고 편하게 전문가들의 생각을 듣고 그들과 지식과 정보와 지식을 주고 받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도시에서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