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강가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강가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조던 스콧,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 읽는 곰, 2021. feat. 크리스토와 장클로드 부부



강물이 위로가 되었던 날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 근처의 금강가를 오랫동안 걷곤 했다. 강물은 반짝이며 흘러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강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아름다운 몬태나 주의 강물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삶을 조명한 영화가 있다. 영화만큼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던 이 작품은 바로 브레드 피트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목사인 아버지의 두 아들은 성향은 다르지만 낚시를 신앙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형은 어린 시절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문학을 공부하고 대도시에서 교수가 된다. 자유로운 동생은 플라잉 낚시꾼이 되고 싶었고 정말로 그렇게 된다. 그러나 도박을 하며 빚이 있었던 그는 결국 고향의 뒷골목에서 죽음을 맞는다. 목사인 아버지가 그의 추도식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주 유명한 대사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사실 내게는 조금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했었다. 그랬던 나에게 더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다. 아마도 형이 대도시로 가자고 했을 때 동생의 말이었을 것이다.

“고향의 강에 잡고 싶은 물고기가 너무 많아서 떠날 수 가 없어.”

이 대사가 정확한 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본 지 25년도 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대사는 위의 대사만큼 회자되지도 않았다. 아니, 영화를 본 이후로 다른 이에게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동생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도 그와 같이 세상을 놓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특히 동생에게 강물은 어쩌면 힘든 삶을 살아 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대부분의 그림 책들이 그렇듯이 길지 않은 내용을 담았지만, 그림 속의 강처럼 깊고도 넓은 의미를 전달한다.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마다 말을 더듬어서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강가로 가서 강물이 밀려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아들은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강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당당한 강물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학교에 가서 발표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발표를 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그 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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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중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하며 산다. 그리고 요즘에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더욱더 크게 외치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일방적인 외침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책이다. 대다수가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이 책의 글쓴이와 같이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책의 가장 뒷면의 저자의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을 더듬는 건 두려움이 따르는 일이지만 아름다운 일이예요. 물론 나도 가끔은 아무 걱정 없이 말하고 싶어요. 우아하게, 세련되게, 당신이 유창하다고 느끼는 그런 방식으로요.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에요. 나는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이에요.



‘강물’은 자연스레 꾸준히 흐르면서도 더 큰 무언가를 향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며, 더듬거리며 흘러간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다른 이들과 다른 자신을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아들과 자연을 통해서 그것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책이다. 또한 ‘듣는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삶의 과정을 중시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현한 행위예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그의 아내 잔 클로드는 세상의 모든 자연이나 건축물들을 새롭게 해석했다. 특정 사물을 천으로 감싸서 포장해버리는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 사물에 대한 시각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1995년 은색으로 포장한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건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독일 통일과 민주주의의 상징인 건물을 포장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를 얻어내기 위한 값진 과정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 대지 예술은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은 늘 우리에게 세상에 여러가지 작은 것들에 대한 인정과 사랑의 시선과 닮아있다.

나는 오늘도 강가로 간다. 자전거 전용도로 옆길을 달리며 넓게 펼쳐진 금강의 야경을 바라본다. 고마운 ‘강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싶은지 나만의 문장으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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