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힘'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점'-'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힘'


'점',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김지효 옮김, 2003, 문학동네. feat. 마르셸 뒤샹



사람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크고 거창한 일들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누군가가 건넨 작은 선물을 기분 좋게 받고, 그가 만든 음식을 감사하게 먹고, 그의 구체적인 행동에 관심을 갖고 칭찬을 해주는 것에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교내로 들어와서 물건을 팔았다. 그 때 유난히 인기가 있었던 것이 바로 싸구려 알반지를 파는 곳이었다. 나는 모아놓은 동전으로 어렵게 반지를 사서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날 어머니는 많이 화를 내셨다. 아마도 두 가지 이유에서 화가 나셨던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용돈을 필요 없는 곳에 사용한 것과 두 번째는 자신은 가짜 싸구려 반지를 받고 싶지 않았다는 것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 볼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서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두 번째 이유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 기억이 내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 기억은 변형되어서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그래서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을 세상에서 겪을 때마다 나는 아마도 나와 타인을 괴롭혔을 것이다.

피터 레이놀즈의 ‘점’은 많은 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책의 키워드를 ‘창의성’, ‘용기’, ‘교사의 역할’ 등으로 정할 것이다. 모두 다 좋은 해석이다. 나는 그러나 이 책을 ‘사랑의 속성’으로 해석하고 싶다.

미술 시간이 끝났지만 흰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릴 수 없는 베티를 많은 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오랫동안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게 되는데 왜 그림은 많이 보아도 잘 그릴 수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 의문에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황주리 선생님은 답을 주셨다. 나는 모든 그림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말로 위안을 받는다. 그림을 못 그린 베티에게 선생님은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라고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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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선생님은 한참 동안 하얀 도화지를 들여다보더니 말씀하셨어요.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비록 베티는 선생님이 놀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인 '풀꽃'에서의 표현처럼 아이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즉 진심으로 예뻐하고 사랑해야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선생님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하자 베티는 도화지에 점 하나를 힘껏 내리꽂는다. 선생님은 곧 이름을 쓰라고 한다. 일주일 뒤 미술 시간에 선생님 책상 위에 금테 액자 안에는 베티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액자 안에는 일주일 전 베티가 찍은 점하나가 있었다. 이후 베티는 수채화 물감을 이용해서 무수히 많은 점을 그린다. 이렇게도 그리고 저렇게도 그리고 그리다 보니 생각은 넓어지고 깊어져서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점을 그리게 된다. 학교에서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많은 이들이 베티의 점을 좋아하게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이가 베티에게 멋지다고 칭찬을 해주자 베티는 선생님께 받은 사랑을 전해준다.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삐뚤빼뚤한 그림을 그리게 된 아이의 그림에 이름을 쓰게 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대로 일 것이다.

이제 현대미술에서는 무언가를 사실적으로 그린다거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작품으로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 즉,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도 칸트가 이야기 한 ‘숭고미’와 같이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것에서 느끼는 경탄이 예술에서는 더 중요하다.




마르셀 뒤샹은 철물점에서 남자 소변기를 구입해서 R.MUTT 1917이라고 쓴다. 그리고 당시에 2달러 정도면 전시를 할 수 있는 인디펜던트 전시회에 가져가서 작품을 전시를 한다. 얼마 후 심사위원들에 의해 철수 된 이 작품의 이후의 이야기들은 우리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후 개념미술의 시초가 된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물건을 가지고 이름을 붙이고 해석을 새롭게해서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선생님의 편파적이지 않은 시각과 관심으로 베티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하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이 준 메시지를 다른 아이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고마웠던 이의 말을 생각해보자. 그 말을 나만의 문장으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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