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바와 사자’-'덜 실패하는 선택'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야쿠바와 사자’- '덜 실패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는다.'


'야쿠바와 사자 용기', 티에르 드되 글.그림, 염미희 옮김, 길벗어린이. feat. 나혜석


대학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만나는 나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한 이후로는 녹화 동영상을 올리든지 실시간으로 화상 수업을 하든지 학생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 단톡방을 만든다. 단톡방이라는 것이 단체문자나 공지사항과는 다른 묘한 기능이 있다. 이 곳에서는 토론을 하기도 하고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기도 한다. 어느날 ‘독서와 토론’강좌의 수강 학생이 질문을 올렸다.

“꼭 책을 읽어야만 하나요? ㅠㅠ” 라는 질문이다. 사실 이와같이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덧붙여서 이렇게들 말하곤 한다. “영화나 드라마나 웹툰이나 게임이나 다른 것들도 유익하고 재미있는데요.”라고 말이다.

‘이번에 내 준 서평쓰기가 조금 힘들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다가도 독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 것 같아 조금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많은 유익한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지식과 정보와 감동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꼭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권장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은 또 무엇때문인가? 사실 책을 통해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도 그냥 좋아서 읽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내가 책을 읽는 데에 실용적인 목적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좋아서 읽을 뿐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오락으로써의 기능은 있을 것이다. 학생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대화임과 동시에 텍스트 자체가 아닌 행간을 읽는 작업이다. 독자의 스키마가 중요한 이유다. 또한 그렇기에 세상에 똑같이 해석되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이것은 위의 다른 콘텐츠들도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런데 책은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저자의 생각과 비교하고 대조해보는 과정이 더욱더 깊고도 넓게 일어난다. 이것을 우리는 ‘대화적 책 읽기’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저자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독자는 저자가 만든 결론에 대해 만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지면서 아마도 우리는 삶에서 선택의 실수를 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번 책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런 식으로 학생에게 대답을 했다.

물론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바로 선택이고, 그 선택을 덜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 책이라는 말은 책의 필요성에 대해 다급하게 묻는 학생에게 궁색한 대답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딱 거기가지다.

‘선택’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첫 번째는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한 그 유명한 트롤리딜레마이다. 이 문제는 영국의 윤리 철학자인 필리파 푸트(Philippa R. Foot)가 제안한 것으로, 응답자의 89%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하버드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할 때 방향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유색인종이었다. 강의실에서도 이 문제로 방향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학생들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의 선택에 관한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에서의 선택이다. 주인공 파이의 선택은 결국 엄청난 고통의 상황에서도 그를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내게 또 인상적인 선택에 관한 텍스트가 있다. 바로 티에리 드되의 ‘야쿠바와 사자’이다 이 책은 연작형식의 책인데 여기에서 소개하려는 첫 번째 책의 부제는 바로 ‘용기’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의 소년인 야쿠바는 전사가 되기 위해 사자와 싸우러 숲으로 들어간다. 사자를 만나서 용기 있게 싸우고 이겨야만 전사가 되는 것이다. 마침내 사자를 마주쳤지만 사자는 이미 병이 들어서 야쿠와와 싸울 수 없는 상태다. 그냥 돌아가면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으며 평생 가축을 돌보는 낮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야쿠바는 선택은 병든 사자를 잡지않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따른 삶을 살아간다. 마을에서 묵묵히 외면받는 일을 하며 말이다. 그러나 어느날 부터인가 사자들의 습격이 없어졌다. 이 책은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 말한다. 그런데 그 용기있는 행동을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어떤 선택이 용기있는 선택인가? 아래는 '야쿠바와 사자'의 마지막 문장이다.


마을의 가축을 습격해오던 사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최초의 서양화가라고 이야기되는 나혜석은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였다. 우리는 그를 항상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라고 칭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을 그대로 살아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버지나 남편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그는 '자화상'을 그린다. '자화상' 속의 모습은 중성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으로 경계를 짓는 것이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꿈을 펼치고 살아가고자 했던 나혜석의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다. 그러나 그는 이땅의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때로는 옳은 선택을 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 있는 선택은 우리가 오랜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았을 때 그래도 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시간만큼 진실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마을의 가축을 습격해 오던 사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용기있는 선택을 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가? 그 기억에 대한 나만의 문장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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