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휴학일기 02화

휴학신청

멈춤에서 피어나는 삶

by 사이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스물다섯. 어느 날 문득,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청춘’. 누구나 이 시기를 부러워하고 동경하지만 기대만큼 멋진 걸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에겐 너무나 무겁고, 후회와 실패만 쌓여가는 시기였다.


매일 똑같이 아르바이트와 학교 공부만 하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뤄낸 건 아무것도 없는데 시간은 자꾸만 훌쩍훌쩍 지나고 있었다.


‘한심해. 바보 같아. 이 정도도 못 버티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낼 거야? 다들 똑같이 힘든데 왜 너만 못해?’

이런 말들을 자주 되뇌었다.


스무 살 때 짧은 시간 동안 회사 경험을 통해 사회로 나가는 게 얼마나 힘들고 치열한지 사무치게 깨닫게 된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여유를 잃고 주저앉을 때마다 스스로를 거세게 채찍질하고 몰아세웠다.


그런 식으로 다시 달려가길 5년째.

이제는 마음이 곯고 곯아 더 이상 감추기 어려울 만큼 상처가 드러나 버린 것만 같았다.


누군가 내게 진로나 미래 계획을 물어볼까 봐 두려웠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밤이 되어 세상이 조용해지면 작은 원룸 속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불안에 흠뻑 젖어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내가 한심해서 울고, 나약해서 울고, 언젠가 낙오될까 두려워 울고 또 울고…





“이제 그만 울어”


설날, 친가댁에서 고민을 말하다가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내게 고모가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고,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공무원이 된 고모. 나는 그런 고모를 늘 존경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걸로 어리광을 부리는 사람이 되어버린 내가 또 너무 싫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자기혐오가 나를 숨 막히게 휘감았다. 더 이상 어떤 판단도, 결정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결국 어찌할 바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

그건 내게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의미였고, 스스로에게 허락한 첫 번째 쉼이었다.


명절이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와서 바로 휴학 신청서를 냈다. 휴학은 신청서에 지도교수님과 CA실 상담사님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각각 면담 일정을 잡은 뒤, 사인을 받아서 학과 사무실에 제출했다. 그리고 학교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끄럽던 머릿속이 점차 안정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휴학생활.

계획 없이 멈춰 섰기에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도 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나를 살게 하는 것들과 나를 쉬게 하는 방법들을 배워갈 것이다.


별 것 없는 사소한 기록이지만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쉼을 맞이해야 하는지 익혀나가고 싶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신기한 시기, 과연 나는 어떤 것들을 경험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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