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휴학일기 07화

불꽃축제 관람기, 비가 멈추길 바라며…

공지사항: 우천 시 불꽃축제는 취소됩니다.

by 사이


가정의 달 5월, 오랜만에 우리 셋이 본가에 모였다. 엄마와 나. 그리고 요즘 일이 바빠 자주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언니까지 모처럼 시간을 낸 날이었다. 마침 본가 근처 공원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는 작은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괜히 무거웠고, 궂은 날씨에 괜히 나서지 말까 잠깐 망설이기도 했다.

내가 보러 가자고 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혹시 비라도 오면 가족 모두 불편할까 봐 걱정이 됐고, 무엇보다 우천 시 불꽃놀이는 취소된다는 주최 측 공지가 있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우리 셋의 시간이 조금 더 편안하고 즐겁길 바랐다.


그래도 이번엔 꼭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다.

작년에 친구들과 함께 갔던 축제에서 하늘 위로 터지는 불꽃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예정대로 나갈 채비를 하자고 했다.


애석하게도 나가자마자 비가 내려서 잠시 집에 돌아가 우산을 챙겨 나왔고, 작은 1인용 우산 아래 세 사람이 옹기종기 머리를 모으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공원에 도착하니 비는 그쳐 있었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공원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푸드트럭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가 먼저 우리를 반겼다. (뻥튀기, 핫바, 떡꼬치, 통닭구이, 떡볶이 등등! )

우리도 닭꼬치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다.


딸기 &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공연장 앞에선 마술쇼가 한창이었다.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가득한 관객석 사이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카드 마술, 밧줄 마술, 고리 마술... 어릴 적,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배워온 마술로 집에서 작은 공연을 열었던 기억이 떠올라 괜히 웃음이 났다.


마술사님의 재치 있는 진행 덕분인지 공연장 주위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우리는 오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다시 공원 산책을 나섰다.


예쁘게 핀 꽃 사이에서 사진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공원 곳곳엔 튤립수선화가 한창이었고 울타리를 따라 핀 연분홍 튤립이 유독 예뻤다.

언니와 나는 예전처럼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여전히 꽃을 좋아하는 엄마는 구석에 핀 꽃까지 관심을 기울여 찬찬히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들여다보며 걷고 계셨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대로 공원에서의 꽃축제를 즐겼다.


이 공원은 어릴 적 가족끼리 종종 왔던 작은 공원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넓어졌고 구성도 잘 되어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며 걷고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당차게 이 공원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공원 끝자락에 눈앞에 놓인 긴 계단을 보고 올라가는 걸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언니가 같이 가준다면 나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짜내며 공원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언니와 나는 정상에 올라, 공원 밑을 내려다보며 경치를 감상했고 그 밑에는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가 있었다. 우리도 그런 엄마를 향해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그러니까 정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불꽃놀이는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하여, 블로그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어딘지 검색해서 찾아갔다. 아직 불꽃축제가 시작되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서둘러 매점에서 돗자리를 사서 좋은 자리를 확보했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불자 조금 쌀쌀했지만 잔디 위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밌었다.

언니의 일본 여행 이야기, 엄마의 요리 이야기… 평범하지만 오랜만에 마주 앉은 우리 셋은 서로의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작시간이 다가오자 행사 진행자분이 마이크를 들고 나오셔서 주의사항 및 안내사항을 전해주셨다. 멘트가 끝나자, 드디어 시간이 8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29분이 되니까 30분이 되기 1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모두 함께 외쳤다. 가족과 함께 불꽃축제를 꼭 보고 싶다는 나의 작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펑-!' 소리와 함께 형형색색의 불빛이 까만 밤하늘을 비집고 퍼져나갔다.

흐르는 불빛을 보며 엄마는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다고 했고, 언니는 말을 잊은 채 하늘을 향해 고정한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아주 어릴 적 이후 처음 보는 불꽃놀이라던 언니의 표정은 설렘과 감동으로 가득했다.





요즘은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냈던 가족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다시 뜨겁게 차올랐다.


다 자랐지만, 어린이날 우리는 다시 모여 엄마 곁에서 아이처럼 웃고 뛰어다녔다.사진 스팟을 찾아 요리조리 뛰는 나와 언니, 그 모습을 아래서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던 엄마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P.S

언젠가 너무 힘든 순간 속에서 마음이 식어버릴 것 같은 날이 오더라도 오늘의 불꽃이 우리 안에서 천천히 타오르기를. 그 따뜻함이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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