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만큼 자신 없었다.
온통 진부한 것들 투성이다. 초고는 늘 촌스럽고, 퇴고 후의 글은 늘 짜임새 있다. 길거리는 고요를 모르고, 자취 방은 소란을 모른다.
그래. 여기가 내 자리야. 여기가 좋아. 익숙하고 따듯하지. 더 올라갈 수 없어. 올라가고 싶지 않아.
십자가 대신 하늘을 우러러 보며 그런 말을 했다. 진부한 건 보고 싶지도 않지만, 우선 나조차도 진부한 인간이라고.
아주 천천히, 나를 잠식한 우울 밑에서 호흡한다. 그곳에선 분노와 설움이 이글거리고 있다. 나를 진정 사랑하는 건 무엇이지? 나는 무엇에게 온전할 수 있지? 아니, 시절 인연 말고 말야. 그딴 거 말고. 나는 어디서, 어디에게서, 영원히 영면할 수 있지?
내 고통에 아무렇지 않게 거울을 보며 흥얼거리는 누군가로, 나는 지긋이 지옥 속으로 간다.
밤하늘과 문학. 딱 그만큼 자신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이.
[behind]
나는 내가 지겨웠고, 세상이 지겨웠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게 삶인 것이겠지만, 어쩌면 난 지겨운 게 아니라 무서웠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와 퇴고를 사랑하는 것, 소란스런 길거리와 고요한 자취방을 사랑하는 것. 나의 감정을 사랑하는 것, 시절 인연을 사랑하는 것…. 알고 보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 투성이다. 미움의 틈새로 사랑이 스며들어 있음을 왜 몰랐을까.
그러니 이 글을 통해 나의 독자들도, 이 글을 통해 ‘내가 마냥 지겹게 여기던 것들’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내 글은 그토록 무언가를 직면하게 되는 계기기 되었으면 한다. 이미 치열한 내 독자분들의 삶에 존경을 표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