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망한 듯.”
분명 씻고 로션을 바르고 렌즈를 착용하려고 했는데 렌즈통에 렌즈가 없었다.
[난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한다.]
뚜껑을 연 적이 없는데….
‘내가 눈에 렌즈를 넣었나?’
[얘야 그럴 리가 없잖니…. 너 지금 앞이 안 보인단다.]
렌즈통은 하나! 여기는 내방! 범인은! 나다!
[내 이름은 라헬. 탐정이죠.]
흐릿한 눈으로 온 방을 뒤져 보았지만, 렌즈는 어디에도 없었다.
‘회사, 집, 회사, 집인 생활만 하니 회사 아니면 집에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현재 시각 오전 6시.
변기통에 조약돌처럼 예쁘게 들어가 있는 렌즈들을 보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도대체 왜 렌즈가 변기통에 들어가 있는 거지? 심지어 저 렌즈는 어제 산 거다.
저걸 꺼내서 식염수로 박박 헹구고 눈에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행복한 생각을 잠깐 했다.
진짜로 했다가는 결막염으로 가는 급행열차 탑승이다.
이유를 모르겠으나 이미 일어난 거 어쩌겠나. 출근이나 해야지.
난 미리 구비해 둔 일회용 렌즈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신나는 출근길.
‘월요일 좋아~’를 외치던 스펀지밥의 마인드를 장착하고 길을 나선다.
나의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k-pop 노동요를 듣기 위해 무선 이어폰을 꺼냈다.
[참고로 전 퇴근할 때만 춤추고 출근할 때는 얌전하게 갑니다. Manner maketh 라헬.]
뚜껑을 열자 제일 보기 싫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쪽이 없다.
[이야~ 얘는 또 어디 간 거지? 아까 변기통에 렌즈 말고 다른 게 있나 볼.. 껄! 껄! 껄!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는 자가 일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난 무선 이어폰도 가지고 다니지. 나는야 파워 J.
어떤 시련이 와도 다 극복할 수 있다. 그 시련에 대한 대안이 A부터 C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타이밍에 반성 한번 하고 갑시다.
난 출근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고 하자. 마음이 급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자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회사.
[회사, 좋..좋.. 아!]
다른 회사 대표님들도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장착하고 하나둘 출근하신다.
[가끔 보면 다들 맑은 눈의 광ㅇ..ㅣ..ㄴ….]
그때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
“아악! 서랍 열쇠 안 갖고 왔다!”
“네, 여보세요. 아! 도시락!”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
전국의 대표님들 오늘 하루도 파이팅!
릴랙스~ 릴랙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릴랙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