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워어억! 귀신인가요.

by 유라헬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유라헬 대표.


오전부터 휘몰아치는 작가 미팅과 스토리요 회의.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가 되었다. 창밖은 이미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1차로 퇴근하는 오후 6시가 지났기 때문에 사무실은 비교적 조용했다.

그리고 난 오늘의 첫 끼! 컵라면을 집어 들고 공용공간으로 향했다.


[오늘의 추천 라면은 새우x이다. 최애 라면은 아니지만,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전 라면을 좋아하는 20대 스토리요 대표 유라헬입니다.]


영상 편집 작업 중 단순노동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약간의 부스터가 필요하다. 부스터 종류로는 커피, k-pop 음악, 에너지 음료 등이 있는데 오늘의 pick은 유튜브 ‘돌비 공포라디오’ 였다.


[혹시 모르는 분들이 계신다면 고개를 들어 유튜브 검색창에 ‘돌비 공포라디오’를 치고 들어가 보세요. 공포, 스릴러 장르 스토리텔링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적막한 밤에 들으면 은근히 스릴이 있어서 좋았다. 뇌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장르. 그저 흘러나오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 됐다. 이어폰을 끼우자 적막한 사무실 안에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오늘의 사연은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덕분에 빨라지는 마우스 손놀림.


[후루룩, 냠냠. 한 손에는 마우스, 한 손에는 젓가락! 눈으로는 영상을 편집하고 입으로는 면발을 씹는다! 귀로는 ‘돌비 공포라디오’를 들으며 모든 감각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나는야 멋진 스토리요 대표. 두둥탁!]


어느새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이어폰 한쪽을 꽂은 채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정리 공간으로 향했다.


조용한 공용 테이블에는 옆 회사 팀원분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 노트북을 바라보며 자기 할 일을 하고 계셨다. 한쪽 귀에는 여전히 공포라디오의 무서운 이야기가 들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고, 순간, 등골이 싸늘해졌다. 나도 덩달아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포영화 보다 보면 귀신이 등장할 것 같은 타이밍. 다들 뭔지 아시잖아요. 갑자기 음악 소리가 줄어든다던가 대사를 한 템포 멈춘다던가.]


그때였다.


‘오케이! 이제 귀신 나온다!’라고 생각한 타이밍에!


쓱.


오른쪽 시야 구석에 검은 그림자가 스쳤다.


내 오른쪽에 뭔가가 있다.


“으워어억!”


내 목에서 고라니 소리가 나왔다. 귀에서 이어폰이 쏙! 빠져나가고,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이 바닥에 탁! 하고 떨어졌다. 눈앞에는 귀신이 아니라, 옆 회사 팀원분이 서 계셨다. 그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듯한 남자 청년이었고, 얼굴만 몇 번 스친 사이였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공용 테이블에 앉아 있던 분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묘한 정적이 흘렀다. 하필이면 공포라디오의 클라이맥스와 겹쳐서. 세상에 이런 기가 막힌 타이밍이 있을까.

[5화. ‘x스 아, 11시구나.’에 등장한 그분들 맞습니다.]


“죄송해요!” 나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사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그냥 우연히 지나간 것뿐인데, 내가 혼자 소란을 피운 거였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은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우연한 실수,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관계를 만든다. 그날 내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끝까지 모르는 사람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17화. ‘25분이요? 절대 안 됩니다! 악! 도와주세요!’ 에서도 그렇고, 어째서 매번 소리를 지를 때마다 새로운 인연이 탄생하는가.]


그리고

야근할 때 공포라디오는 안 듣기로 했다.


[참고로 그림은 제가 AI로 만든 그림입니다. 무료 나눔은 https://blog.naver.com/yurahel_로 오시면 됩니다. 전 블로그 신생아라 서로 이웃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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