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오피스에 들어서자마자 낌새가 이상했다.
늘 켜져 있는 컴퓨터, 커다란 카메라
텀블러며 이어폰, 자잘한 서류들이 놓여 있던
그의 자리가 사라졌다.
벽을 사이에 두고 매일 마주했던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모든 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을 보자마자 알았다.
떠났구나.
[18화에서 등장했던
이어폰을 끼고 있던 남자 대표님이 떠났다.
내 공용 오피스 ‘최애캐’ 중 한 명이었다.]
늘 나와 새벽까지 남아 있던 멤버 중 한 명.
“이거 드세요.” 하며 밤에 과자를 챙겨 주던 사람.
우리가 특별히
많은 대화를 나눈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 피곤한 눈을 마주치며
가끔 인사만 하던 사이다.
그런데도 그의 존재는
내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을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연대감이 생긴다.
그렇게 날마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던 사람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혹시 다른 곳으로 가신 건가 싶어
매니저님께 물었다.
“저기… 혹시, 앞자리 대표님 이사 가셨나요?”
매니저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유라헬 대표님! 표현이 너무 귀여우세요.
네, 다른 오피스로 옮기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가라앉았다.
[라면 끓였는데 젓가락이 없는 기분이랄까.]
이곳에서 함께 새벽을 보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누군가는 더 큰 공간을 찾아 떠났고
누군가는 사업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 나의 새벽 멤버 한 명이 또 떠났다.
그는 떠났지만, 나는 그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매일 새벽까지 남아 집중하던 모습.
지치지 않는 열정, 잔잔한 미소.
그런 열정이라면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든,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잘 지내라고, 새로운 곳에서도 힘내라고
그런 말 한마디라도 건넸다면
이렇게 허전하지는 않았을까.
[엉엉. 언제쯤 먼저 말 걸 거냐, 나 자신.]
그가 남긴 건 함께한 시간이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일했던 순간들
가끔 주고받던 짧은 인사
서로의 존재만으로 위로받았던 날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이 공간을 떠날 날이 오겠지.
그때, 누군가 내 빈자리를 보며
오늘의 나처럼 씁쓸해할까?
이 세계에서 ‘남는다’는 건 쉽지 않다.
스타트업의 삶은 늘 변한다.
오늘 함께했던 사람이
내일도 함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때가 오겠지.
그때,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나게 될까?
[오늘의 TMI: 난 학창 시절에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는데
엑소 중 '최애캐'는 백현이었다..
슈갓 미! 고잉! 크뤠이제이! 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