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오피스의 장점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의견들이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밤 11시.
공용 오피스의 라운지 공간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무리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낯선 얼굴들. 아마 다른 지점에서 온 직원들이리라.
[우리 회사는 전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불x볶음면에 컵x들 그리고
참치마요 컵밥까지 해치우며 일하고 있었다. ]
“다들 명절에 무슨 선물 받는 게 제일 좋아?”
대표로서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엿듣고 싶어 들은 건 아니었다.
이 시간, 공용라운지에서 큰소리로 나누는 대화는
누구의 귀에도 닿기 마련이다.
“난 햄 세트만 아니면 다 좋아.”
한 남자의 대답이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각자 취향을 쏟아낸다.
“햄 세트, 식용유 이런 건 별로야.”
“예전에 한과 세트 받은 적 있는데 정말 별로더라.”
그러던 중 한 남자가 갑자기 1인극을 시작했다.
“햄 세트는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뭐 해.
엄마 아빠! 나 햄 세트 받았어!
어, 그래! 우리 아들 참 좋은 회사 다니는구나!
부모님이 이러진 않으실 거잖아.
어디 가서 말하기도 그렇고.”
주변의 웃음과 고개 끄덕임.
다들 그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상품권이 제일 나아.”
“맞아. 그냥 백화점 상품권이 최고지.”
“그게 제일 무난하고 괜찮아.”
한때는 나도 ‘받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든다.
그때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노비짓도 대감집에서 하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태도와 정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듯한 이 문장은
오늘따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돈을 많이 벌어서 직원 복지에
제대로 플렉스 해야겠다는 다짐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들의 대화는 끝났고, 남녀 무리는 회사를 나섰다.
남은 것은 고요함과 나의 라면 국물뿐이었다.
다음날, 나는 상품권을 사기 위해
신세계 백화점으로 향했다.
상품권 기계 앞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결제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음뿐인 답례는 의미가 없다.
내 사람들을 위해 힘 있는 대표가 되어야겠다.
[사진은 예전에 내가 경복궁에 가서 찍은 거다. 껄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