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조용한 성취가 머무는 하루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참 잘 살아냈다고 느껴지는 하루.
크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나만 아는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마치 속삭이듯 스며드는 햇살처럼
오늘이 그랬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자니
시원하고 풋풋한 새벽 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그 순간 문득,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몇 장을 넘기고, 미뤄뒀던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몇 줄 썼다.
아주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 안에 뭔가 단단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누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굳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 일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 게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돌아보면, 그런 날이 진짜 좋은 날인 것 같다.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괜찮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는 날.
그저 마음속에서 은은히 퍼지는 기쁨이 있고
아무 소리 없이 나를 채우는 만족이 있는 그런 날.
우린 너무 자주 누군가의 확인을 기다리며 산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잘했다고 말해주면 좋은 텐데.‘
그런데 말이야,
진짜 좋은 하루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먼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날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참 잘 살아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