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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삶

02. 혼밥, 혼커피, 그리고 혼자의 기술

by Sellami

“자리하나요.”

혼자 식당에 들어서며 조용히 말한다. 예전 같았으면 눈치를 보며 괜히 머뭇거렸을 텐데, 이제는 그러히 않다.

내 앞에 놓일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온전히 음미할 줄 아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주문을 하고 나면, 식탁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주변의 소음과 사람들의 눈길은 이내 멀어지고, 오롯이 내 앞의 시간만이 고스란히 남는다.


처음 혼밥을 했을 때는 마치 작은 모험 같았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끌렸다.

서툴게 펼쳐 든 메뉴판을 쳐다보며, 괜히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던 시간.

어색한 정적과 부쩍 예민해진 시선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번의 혼밥을 지나고 나니,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졌다.

혼자라는 이유로 내 마음을 방황하게 두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식탁 위로 그릇이 비워지는 동안 나도 나를 조금씩 채워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카페에 앉는 일도 점점 자원스러워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북적거리는 자리보다는, 살짝 그늘진 구석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잔자한 음악을 귀에 담고, 손끝으로는 따뜻한 커피잔의 온기를 느낀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그 안에서 낯선 풍경을 마주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나를 보며, 오히려 자유로워 보인다고 말해준다. 그 말이 한참을 머무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고, 혼자인 시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혼자의 기술은 외로움을 참는 능력이다.

그보다는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각이다.

마음 한편이 허전할 때 괜히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외면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는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그 속에 숨어 있는 온갖 색깔의 감정을 천천히 마주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어도 괜찮다.

내 안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이길 가능한 자유가 있다.

아무 말 없이 보내는 느긋한 순간, 하고 싶은 것을 망설이지 않고 해 보는 용기, 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선.

함께 있을 땐 쉽사리 흘려보낼 작은 행복들이, 혼자인 순간에는 또렷이 빛난다.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 자리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음악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밥을 하고, 혼커피를 마시며, “나”라는 사람과 천천히 친해지는 중이다.

어쩌면, 이게 나만의 작은 사치이자, 소중한 쉼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시간의 여백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를 배우고 채우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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