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말 없는 하루도 나를 자라게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하루가 있었다.
스마트폰은 침묵했고, 대화창은 조용했다.
티브이 소리조차 없이, 물 끓는 소리와 냄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집 안.
누군가는 그 시간을 외롭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말이 없으면 생각이 깊어진다.
침묵 속에서 오히려 내 안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요즘 내 마음은 어떤지,
속도를 내며 지나가던 날들 속에서 놓쳤던 내 감정들이
고요한 틈을 타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에 익숙해졌다.
의례적인 안부, 피곤한 설명, 눈치 섞인 웃음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진실할 때가 있다.
아무 말 없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간,
아무 말 없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 하루, 나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어디에도 나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하루가 낭비되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음 없는 그 하루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았다.
말 없는 하루는
텅 빈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쉬는 시간이다.
멈추는 법을 알아야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으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때때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을 일부러 만든다.
그건 어쩌면,
조용히 자라는 나를 위한 작은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