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일하는 HR
유데미(Udemy)에서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 <데이터사이언스 기반 인재양성과 조직관리>라는 김성준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배운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몇해 전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주제가 떠오르며 HR업계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가 이슈가 되었고 그 관심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 HR과 관련된 이슈(평가, 승진, 보상 등)를 데이터의 객관적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하는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맘 때 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의 세션을 듣고 알게 된 분이 바로 이번 강의를 진행해주신 김성준 교수님이다. 그 때도 여러 세션 중에서 새롭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강의 역시 PA에 대해 실무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많이 제공해 주셔서 참 좋았다.
‘DS(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인재양성과 조직관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의는 크게 3가지 꼭지로 구성되었다. HR에서 데이터의 필요성, 데이터를 활용한 인재관리와 조직관리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셨다.
이번 강연의 후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내가 새로 배운 것을 중심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대립’이었다. HR부서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갈등이기도 하다.
“승진에 있어서 리더십을 고려해야 하나요?
리더십이 부족해도 김OO님처럼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교육(HRD)분야에서 다양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내가 만약 HR담당자라면?
당연히 리더십과 성과 간의 관계를 증명하는 논문과 자료를 잔뜩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를 긍정하는 연구들도 많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HR부서에서 이런 자료들을 내놓으며 설득하려 하면 일부 리더나 구성원들은 이렇게 이의를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그렇긴 한데, 우리 산업(회사 or 부서)은 다르지!”
그렇다. 연구 논문이나 자료들은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는 ‘보편성’을 띠고 있지만 실제 우리 조직에서 진행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위와 같은 ‘특수성’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우리 조직 안에 쌓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구성원에게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우리 조직 리더들의 리더십과 성과 데이터를 분석해보자. 두 요인 간 서로 비례하는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졌다. 거봐, 리더십과 성과는 관련 있다니까!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김성준 교수님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근데 정말 이 데이터만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설득해낼 수 있을까요?”
그들이 머리로는 그렇다고 받아들일지언정 감정은 상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주셨다.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내가 만약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만약 리더십이 좋진 않지만 성과를 잘 내는 당사자였다면?
이렇게 상상해보니 저런 데이터를 받아보아도 탐탁치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는 하지만 인정은 하기 싫은 기분. 온전히 저 데이터를 받아들이기 싫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덧붙여 ‘데이터를 통해 이성적인 설득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닫히지 않도록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우리 조직에서도 리더십이 성과와 관련이 있는 게 맞구나”라는 합의(Consensus)를 통해 그들이 리더십에도 노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데이터로 팩폭하며 ‘너는 틀리고 내가 맞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측정과 논리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통해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강의 내용과 질의응답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나중에 HR업무에 적용해보고 싶은 것을 간단히 불렛으로 표시해 정리해볼까 한다.
✔️다른 회사의 사례를 활용할 때는 일반화의 오류에 주의하여 ‘우리 회사’에서는 어떨지 상상해보고 그 맥락을 파악해보자.(우리 회사의 데이터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역량 중심의 HR이 강조되어 왔지만 사람을 역량만으로 판단하지 말자.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태도, 경험 등에 대한 식견이 필요하다.
✔️ Pulse Survey는 아주 관심 있는 항목에 대해 간편하고 수시로 측정할 수 있는 툴로 직원들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기에 용이한 것 같다.
✔️HR부서는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하위 부서나 구성원들이 어떤 강점과 장애물이 있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강화/개선 시킬 수 있는지 개입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데이터는 이를 돕기 위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HR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필요하겠다.
✔️작은 데이터도 의미 있다! 빅데이터로 사람의 머리는 움직일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적은 양의 정성적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당장 내가 업무에서 뽑아볼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보고 만들어보자.
✔️피플 애널리틱스는 ‘예측’이 핵심이 아니다. 과거의 패턴을 통해 경향성을 파악하고 ‘왜’ 그랬는지 원인을 파악하도록 하자.(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와 같다)
✔️결국 HR은 사람과 관련된 일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는 잘 활용하고 참고하면 좋은 것이지, 이것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