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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사람들

당신들을 관찰하는 일이 내게

by GG

'애정'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나는 한도 끝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실로 애정하는 게 많다. 애정을 넘어서 사랑이기도 하고, 사랑을 넘어서 집착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신들. 나는 갑자기 지금 당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계시를 받았다.


최근 나에 대해 새롭게, 혹은 새삼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나는 인간 관찰에 대단히 흥미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흥미롭게 관찰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다. 몸과 정신의 체력을 무척 소비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곰곰이 되짚어봤다. 나는 어떤 이들을 관찰하길 좋아하는가?


어렵지 않게 답을 내릴 수 있다. 사랑을 매달고 있는 사람들이 좋다. 나는 이것을 사랑해요,라고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것은 느껴진다. 그들의 눈빛, 손짓, 발짓, 목소리 톤의 묘한 변화, 비죽 곤두선 자세, 조금 앞으로 튀어나온 몸, 우러나오는 총명함, 때때로 눈물, 과한 리액션. 그런 것들이 보일 때마다 나는 저 사람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사실 온 힘을 다할 것까지도 없다. 그건 아주 손쉽게 파악된다. 넓고 깊고 짙기까지 한 마음을 전부 파악하는 것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겠다마는, 대체로 알 수 있는 편이다. 그보다도 '느낄 수 있는' 편이다.


당신의 마음을 느끼면서 나는 내 마음을 전부 내어줄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마음이 내게도 있다고, 우리는 동족이라고. 누군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을 사랑하고, 나를 괴롭게 하면서도 사랑하고, 그렇게 그렇게 아주 물어뜯고 난도질해서 씹어 삼키고 싶을 만큼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 크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성급해져서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것까진 보여주지 말 걸! 너무 추하다!' 싶은 후회가 들어 밤마다 이불을 뻥뻥 차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수백 번 수천 번이고 되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무엇을 품고 있나요? 무엇을 품다가 끝내 부서지기도 했나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어떤 것이 당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나요?

우주에 도달한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어떤 이들은 스스로가 광활한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라고 느껴질 때마다 서글퍼진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니, 우리에게는 모두 우주가 있다. 무한함을 품는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당신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잊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펑, 터지는 최초의 빅뱅처럼 당신의 우주가 또 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면 나는 또 거대한 마음으로 당신을 동경한다. 사랑해. 그 마음을 이해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건네면 당신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경이로운 것을 내게 되돌려주지. 나는 그 순간들을 믿으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말한다. 애정하는 사람들아, 당신들을 관찰하는 일이 내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결코 소실되지 않는 점. 연소되지 않는 불. 점이란 수많은 공백 사이에서 존재를 만들어낸다는 지점에서 가장 꽉 차있고, 꺼지지 않는 불이란 아프고 뜨거운 만큼 내내 품은 채 바라보고 싶지.

그것을 앞으로도 지켜내며 지난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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