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 주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까? 부부가 서로 알면서 속아주고 속이는 것은 무죄다. 서로가 거짓인지 알고 있는 경우에는 거짓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속임이 그와 같다. 분명히 힘들어 하는데도 물어보면 힘들지 않다고 한다. 분명히 원하고 있는데도 사줄까 하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한다. 표현하는 것과 속마음이 다른 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것이 부부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상대를 배려하는 속임은 미안하고 속상하다. 나로 인해 고단한 삶을 살아 가는 사람에게 해 줄 것이 마땅치 않다. 기분이 더 가라앉는 이유이다. 돈이 없어서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둘만의 시간조차 인색하면 안 된다. 평소 아내는 검소하고 부지런해서 명품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왔다. 다른 사람이 입고 들고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식한 남편만의 생각이었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심한 무관심이었다. 아내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성형한 부분을 정확히 찍어 냈고 동의를 구해 왔다. 멍청한 남편은 구별하지 못했지만 아내의 말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학교 행사에 함께 가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집에 와서는 누가 어떤 명품을 했고 누구는 무엇을 했고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브랜드 이름을 읽어 내려 갔다. 함께 명동을 가도 쇼핑몰을 돌아다녀도 아내의 눈은 예리하게 사람을 살펴본다. 그 관찰력과 풍부한 지식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아내는 검소하고 그런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내가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말에 진실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기정사실화 했다. 어쩌면 아내가 나를 그렇게 속여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명품이나 유명브랜드는 소유하고 싶을 만큼 좋은 상품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행복이다. 그런 아내를 남편이 원하는 대로만 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결핍의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 있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이 없기에 불행하게 된다.”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는 타협이 필요하다. 내가 인생을 속인 것인지 인생이 나를 속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속고 속임에서 나름의 만족을 찾을 수도 있다.
"아내와 적은 비용으로 데이트하는 법"
첫째, 박람회나 전시회 등 무료 관람을 사전 예약한다
둘째,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체험이라 우긴다
셋째, 서로 소소한 말을 많이 한다
넷째, 그래도 커피 값과 점심 값은 가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