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몸에 돋힌 가시만큼이나

상품마음학특강 밤송이

by 라이프스타일러

오랜 시간,

세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내 몸에 돋친 가시만큼이나 까칠했습니다.


누가 되었던 상대는 그런 나 때문에 많이 아파했을 겁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접근할 수 없었지만

나 자신 역시,

스스로에게 접근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거칠게 지켜냈던 것이 겨우 이 알밤 한 톨이라니

내가 치러 온 대가가 너무나 크게 다가옵니다.


세상을 놔주듯 알밤을 놔줘야 하는데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을 고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움켜쥘 것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까칠하게 살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그 많은 고통 속에서 조차 나는 안으로만 삭혀 왔습니다.


알밤을 놓아 주고 나도 놓아 주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놓아 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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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밤은 오도독 씹히는 저작감이 좋다. 입안 침샘을 따라 흐르는 단맛이 매력적이다. 밤을 쪄서 먹으면 단맛이 풍부하게 올라온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옛날에 시어머니가 미웠던 며느리가 있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겨우내 밤만 삶아 드렸는데 이듬해 봄에 효부상을 받았다. 시어머니가 포동포동 살이 오른 걸 보고 착한 며느리라고 여긴 것이다. 밤이 우리 몸에 주는 유익함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밤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원인은 밤에게 있다. 비싸기도 하지만 이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밤은 속살을 보호하기 위해 율피라고 하는 껍질을 두른다. 율피째 그대로 먹으면 쓴맛이 올라오고 텁텁한 떫은맛으로 인해 먹기가 어렵다. 율피를 칼로 벗기다 보면 속살이 함께 베어 나간다. 통통했던 밤이 홀쭉해진다. 너무나 아까운 손실이다. 밤은 율피 위에 딱정벌레 날개 같은 딱딱한 옷을 한 겹 더 입는다. 칼도 잘 들어가지 않는 단단함이다. 손을 베기 쉬운 작업이다. 밤은 그것도 모자라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친 두꺼운 갑옷을 다시 입고 있다. 밤에 난 가시는 철사처럼 단단하고 탄력적이며 날카롭다. 찔려보면 실감할 수 있다. 깊은 통증이 오래 간다. 완벽하게 자기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완벽한 안전함이며 완벽한 고립이다.


그런 밤도 완전히 익으면 가시 갑옷이 벌어지고 들어 있던 알밤이 떨어진다. 자손 번식을 위한 생리적 현상 덕분에 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떨어진 밤은 쉽게 주울 수 있다. 밤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선도가 저하되고 윤기도 사라져 상품성이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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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에서 밤을 맛밤으로 가공해서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사례가 있다. 문제가 되었던 이용의 불편이 사라지자 소비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공을 했어도 1차 농산물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농산물 가공은 어찌 보면 쉽고 어찌 보면 어렵다. 원료의 성질을 유지 해야 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가공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식품 제조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쉽다. 어떻게 가공을 하던 제조 과정에서는 원료의 성질이 변하기 쉽다. 원료의 맛을 유지해야 한다. 원료의 성질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의 수요 예측도 어렵다. 가공 수준이 낮으면 가격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 판매가 부진해진다. 가공 수준이 높으면 원료의 성질이 변하기 때문에 다른 상품으로 인식한다. 농산물의 가공이 어려운 이유다.


밤 같은 1차 생산물이 주는 리스크는 원료에 내재된 품질 편차도 한 몫 한다. 한 해 풍년이 들면 다음 해에는 평년작이나 흉작이 든다. 한 해 품질이 좋으면 다음 해에는 품질이 떨어진다. 작목 과정에서 조절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시설재배를 통해 작물의 생육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밤도 마찬가지로 밑거름도 주고 전지 작업도 해주고 돌봐줘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야생의 재배 상태가 되면 상품성은 현저하게 불량해진다. 부지런한 농민을 만드는 것은 이러한 농작물의 특성에서 나온다. 손길 한 번 더 간 것이 품질을 달리한다.


밤의 수확기에 재래시장을 가면 밤 까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집에서 밤 하나하나를 일일이 까는 것은 형벌에 가깝다. 기계의 힘을 빌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밤은 생밤, 찐밤, 군밤으로 소비된다. 마트에서 제일 많이 판매되는 형태는 생율로 판매되는 진공 포장된 생밤이다. 차례나 제사용으로 판매된다. 추석과 설날에는 엄청난 양이 판매된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이 오면 차례를 지낸다. 추석이 가장 큰 명절이다. 풍요를 상징한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수확하고 조상에게 감사하며 이웃과 함께 풍요를 나눈다. 설은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묶은 것을 털어내고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행사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더 먹는 줄 알고 떡국을 피한 적도 있다. 나이는 떡국이 먹게 하는 게 아니었다. 나이 들게 하는 것은 세월이다. 보이지 않지만 흐르는 시간이 나이를 먹게 한다.


차례 준비를 할 때면 자처해서 밤을 깐다. 추석에는 햇밤이라 알이 크고 실하다. 밤의 살은 무르다. 칼날도 잘 들어가고 밤의 속피도 잘 벗겨진다. 벌레들이 알을 낳아 놓은 밤들도 있다. 밤이 껍질을 형성되기 전에 벌레들이 알을 낳아 놓는다. 그런 밤을 까다 보면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나온다. 촉촉한 속살의 단내 속에 애벌레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벌레 먹은 밤은 사용할 수 없다. 차례용 밤은 정성을 들이고 모양을 내야 한다. 밤을 깨끗이 깐다. 밤의 밑부분을 평평하게 다듬고 윗부분을 잘라내면 타원 모양의 원통형이 된다. 그 상태에서 밤의 가장자리를 칼로 45도 각도로 쳐 낸다. 밤의 둘레를 따라 칼로 도려내고 나면 차례용 밤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찬물에 넣으면서 손질을 한다. 찬물에 넣으면 뽀얀 알밤의 색깔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저녁에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 다음날 아침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하면 신선함이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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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빵이 유행한 적도 있고 밤양갱이 유행한 적도 있다. 밤이 들어간 식빵의 인기도 여전하다. 다양한 형태의 상품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소비자가 밤을 인식하고 판매량도 많아지는 것은 군밤이 아닐까 싶다. 밤이 주체가 되어 독립재로 판매되는 때가 밤의 소비량이 가장 많다. 1차 농산물의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가 있다. 농산물이 주재료가 되지 못하고 보조재료 또는 부분적인 재료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상품의 일부가 되면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적어진다. 그에 비해 군밤은 100% 밤으로 구성된 상품이니 성과가 좋은 것이다.


사람의 삶도 밤의 생애주기와 평행이론으로 닿아 있다. 주위에 어울릴 사람이 별로 없다. 홀로 고립된 느낌이 든다. 그런 때는 밤의 생애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밤처럼 다른 이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을 수 있다. 혼자 너무 완벽하면 어울릴 필요가 없어진다. 부족해야 한다. 부족해야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화합하려는 성향이 생긴다. 어찌 보면 완벽해 보이는 것은 완벽을 가장한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밤나무는 하얗게 눈 덮인 혹독한 겨울을 또 이겨냈다. 생명이 숨어버린 세상에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알의 알밤을 지키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망을 구축했다. 천지를 뒤흔드는 비바람과 이글거리는 태양의 뜨거움도 버텨냈다. 시련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한 알의 밤을 밖으로 내보낸다. 밤과 직장인의 삶이 비슷하다. 그렇게 아등바등 버티며 견뎌냈는데 정년퇴직으로 마무리된다. 삶을 움켜쥐고 버틴 결과치고는 허무한 종말이다. 그 과정에서 밤처럼 다음 세대를 잉태하고 양육해 낸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이중 삼중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밤껍질처럼 두꺼운 얼굴을 하고 갖은 수모와 고난에도 흐트러짐 없다. 승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일이다. 의지가 이끄는 삶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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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농산물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 작물마다 태생적인 독특함이 있다. 수확 이후에도 여전히 생명 유지 작용과 생리적인 작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작물은 살아 있음으로 인해 보존기간이 짧다. 오래 두고 이용하려면 가공의 힘을 빌려야 한다. 작물의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가공 기술의 개발이 중요하다. 가공은 하되 원료의 성질을 유지하는 가공의 접목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질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존기간이 짧아진다. 보존기간이 길어지려면 원료를 재구성하는 형태의 완전한 제조가공이 필요하다. 소비자 이용의 편리성과 원료 본질의 유지 사이에 고민이 깊어진다. 제조가공 기계류와 가공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계속되는 노력이 모여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자연의 환경과 자연이 제공하는 농산물을 자연 그대로 이용하고 섭취하는 일은 건강한 삶을 지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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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수만큼이나 농산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다양한 농산물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필요하다. 교류를 통해 유익함이 증가하면 더 많은 행복을 맛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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