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종일토록 오지 않았습니다.

상품마음학특강 마네킹

by 라이프스타일러

모두가 쉬고 있는 일요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부터 온종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의 눈길도 발길도

나를 향하지는 않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갈 듯한

나의 손을 잡아 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도 봄바람을 타고

봄꽃 향기 맡으며

따사로운 햇살에 볼을 비비고 싶은데


움직임조차 없는 적막한 공간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내 속에 봄은 가득 차오는데

나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종일토록 기다렸던 고객이

오지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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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두에서 매력적인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마네킹이다. 사계절이 바뀌는 속도보다 빠르게 모습을 바꾼다.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람처럼 입고 맵시를 뽐낸다. 계절의 변화를 알게 하고 신상품의 출시를 알게 하고 무의식 속에 내재된 욕망을 알게 한다.


시선은 보이는 자극을 순식간에 받아들이고 분석한다. 시선에 승부를 거는 건 확실히 효과가 있다. 눈은 인간의 특수 감각기관 중에서 가장 넓고 다양하게 정보를 인식한다. 일상생활의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 고객의 레이더망에 쉽게 포착되기 위한 것이 마네킹이고 마네킹이 연출하고 있는 의류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다. 마네킹은 고객과 상품을 연결하는 연출자이고 시대적 트랜드에 따라 패션의 문화적 감성을 전달하는 전달자이다.


옷은 고객이 직접 입어보는 것이 좋지만 방문하는 고객 모두가 일일이 입어볼 수는 없다. 고객의 수고를 덜기 위해 마네킹이 대신 한다. 감성이 풍부한 여성 고객은 보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에 충분한 정보를 얻는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의 각기 다른 고객을 위해 마네킹은 계속해서 옷을 갈아 입는다. 집단 지향성이 있는 남성과는 다르게 개별성이 강한 여성의 욕구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다양성의 발전은 여성의 풍부한 감성 덕분이기도 하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굳이 벗겨 달라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없으니 원하는 대로 한다. 고객이 왕이어서가 아니다. 내일도 모레도 와야 할 고객이다. 감정이 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계절이 바뀌면 입고 다니던 옷도 바뀌어야 한다. 당연히 올 것이라 기대했던 고객이 오지 않으면 당황스럽다. 뭘 잘못했는지 반성부터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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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고객맞이는 중요하다. 생존이 걸린 일이다. 아침 오픈 행사 때 사원이 각자의 위치에 도열해서 내점하는 고객에게 맞이 인사를 한다.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점장도 당연히 사원 사이에 끼어 있다. 말로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리더의 리더십은 행동에 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사원이 없는 공간은 마네킹이 대신한다. 고객이 방치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배려한다. 마네킹은 서 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여럿이 함께 있기도 한다. 마네킹은 전신이 대부분이나 필요에 따라 상반신이나 하반신만 있는 경우도 있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응대하는 일은 미묘한 차이로 인해 어렵다. 맞이하는 자의 기분이 아니라 내점하는 고객의 기분에 따라 없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있던 문제가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상품에 대한 전문 지식만 쌓으면 판매를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기본조건에 불과하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판매원의 감정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배려하며 관계관리를 잘해야 가능한 일이다.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상품과 무관한 일을 더 잘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체감하게 된다.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은 감정노동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다가 자신의 감정을 다치기 쉽다. 마네킹은 표정은 있어도 감정은 없다. 처음부터 상처받을 일이 없어 다행이다. 지식을 쌓을 필요도 없고 승진도 배려도 필요없다. 있는 그대로가 존재의 이유다. 어떤 고객을 맞이하던 응대를 잘할 수 밖에 없다.


매장이 아무리 넓어도 통일성을 유지하며 정돈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역별로 최선을 다하는 숨은 노력이 있다. 선별된 상품을 멋지게 진열해도 고객이 오지 않으면 소용없다. 최선을 다한 노력이 고객과 만나야 성과가 창출된다. 일방적인 노력은 짝사랑에 불과하다. 짝사랑이 온전한 사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판매자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 충실해야 한다. 고객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잊으면 안된다. 마네킹은 고객의 욕구에 충실하기 위해 다양한 패턴으로 연출된다. 고객의 반응이 높은 쪽으로 집중한다. 고객의 욕구를 찾는 것이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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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점포의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절대 고객 수의 부족에 있다. 고객 부족의 역효과는 파격적인 가격 행사를 할 때 나타난다.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는 판매량을 늘려서 매출액을 늘리기 위함이다. 박리다매가 목적이다. 지방 점포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판매량은 소폭 느는 반면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늘지 않는다.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 고객 부족으로 인해 행사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


마트는 도시화된 지역에 적합한 소매 형태다. 지방은 대체로 도농 복합적인 형태가 많다. 자급자족의 형태가 많고 소비 충동성이 약하다. 점포를 운영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판매 인력의 부족을 마네킹이 보완할 수 있다. 대형마트는 셀프로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을 배치하고 운영한다. 마네킹은 시각적 연출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구매를 촉진한다.


매출이 좋은 점포였으면 알지 못했을 걸 알게 된다. 깊이 있는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된다. 상품 하나 하나에 관여하고 상품의 성질도 이해하게 된다. 거듭된 실패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창출해 낸다. 성공했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이다. 상품 마음학의 출발점은 부진 점포의 활성화 활동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연령대별 선호도는 명확하게 다르다. 소득수준, 직업, 거주 형태별로 분류하고 나면 고객 집단의 규모는 매우 작아진다. 한 가지를 많이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 다양하게 잘 판매하는 것이 유익한 일이 된다. 수고스러움에 비해 효율과 수익이 떨어진다. 마네킹에 옷을 직접 벗기고 입히는 일은 판매 사원이 있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매출이 부진한 점포는 인력 효율 문제로 인해 적절하게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까지 깊이 있게 배우게 된다.


마트의 규모에 따라 방문하는 고객 수가 적정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에 1인당 구매 금액인 객단가를 곱하면 하루의 매출이 나온다. 한 달간의 영업 일수를 곱하면 월매출이 나온다. 이러한 계산은 일 년간의 매출 트랜드를 예측하고 관리하는데 유익하다. 일 년 중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추석이나 설이 포함된 달이지만 명절효과가 2개월에 걸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고정적으로 매출이 높은 달은 7월과 8월이다. 가장 매출이 적은 달은 11월과 2월이다.


매출 역시 유기체처럼 리듬감이 있다. 생체주기 같은 곡선을 그린다. 패션으로 묶여있는 의류와 패선 잡화, 언더웨어 등은 계절이 바뀌는 시즌에 매출이 가장 높다.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에 의해 시도되고 대중이 받아 들이면서 트랜드를 형성한다. 패션의 기획은 선행하지만 매출의 상승은 후행하는 성격이 있다. 기획과 일치하면 대박이 나고 갭이 커지면 쪽박이 난다. 마네킹의 적절한 활용은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유통은 흐름이다. 고객의 흐름과 매출의 흐름을 타고 적절한 강약의 리듬을 주어야 한다. 이런 리듬은 고객에게 내점의 단조로움을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 매출이 좋은 달은 바짝 당겨서 최대치를 경신하고 좋지 않은 달은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흐름을 타는 일이다. 매출이 적은 달에 판매촉진 활동을 강화하는 노력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 관리자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소모적으로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르게 패션은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고객의 구매 흐름을 타지 못하면 해당 시즌은 폭망하게 된다. 고위험 고수익의 특성을 보인다.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보유 자원을 총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객의 내점 주기와 빈도, 시즌별 욕구, 상품의 프로모션과 인력의 투입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열정 하나만 믿고 밀어 붙이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 무모한 도박이다. 성과를 얻으려고 소중한 인적자원과 재무적 자원을 낭비하면 안된다. 무리한 노력은 빠르게 소진상태에 이르게 한다. 자기 복원력을 잃어 버리면 손실과 상처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다.


마네킹은 어떤 환경에서도 슬기롭고 편안하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 두려움, 긴장이 없다. 압박에 시달리지도 안는다. 서핑보드가 물살을 타고 가야 하듯이 판매 역시 유통의 흐름을 타는 일이 중요하다. 마네킹과 같은 내적 강인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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