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뒤덮인 오물에도 불구하고

상품마음학특강 상품패키지

by 라이프스타일러

내 평생 살아 오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오물에 뒤덮어 있는 것은 물론 그것도 모자라

담배 불로 지지고 침까지 뱉고

온갖 오물을 쏟아붓고 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그 치욕감과 더러움에

치를 떨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찮게 대해져야 하는 이유가

사람을 위했던 헌신의 대가라면

그 비참함과 배신감이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의 상심을 알아 챘는지 언제부턴가 나는

쓸모없는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 아니라

재활용 자원이 모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도

이렇게 나의 대우가 달라지니

나를 향한 사람의 눈빛도 달라졌습니다.


나는 이제 만족하고 또 행복합니다.

처음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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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길을 걷다 보면 쓰레기가 종종 눈에 띄었던 적이 있다. 바람에 뒹굴다 구석진 곳에 옹기종기 몰려 들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깨끗해진 거리는 쾌적함을 주고 어느 곳으로 거닐던 기분을 좋게 한다.

시각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건 고속도로 휴게소다. 들고 나는 차량마다 쓰레기를 한가득 버리고 갔다. 뭔가를 버리고 가야만 하는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손에 손에 쓰레기가 들려 있었다. 담배도 여기저기서 바쁘게 피워댔고 꽁초는 그대로 바닥에 버려졌다. 쓰레기와 담배 연기가 난무하는 휴게소는 휴게의 기능을 훼손당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정된 장소 외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쓰레기통도 종류별로 배치돼 있어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고객을 기다리며 일렬로 도열해 있는 쓰레기통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느껴진다.


쓰레기를 하나로 뭉쳐서 버릴 때는 가급적 빨리 손에서 떼어 내려는 더러운 감정이 묻어있다. 분리해서 버리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하나하나 분리하다 보면 모두가 재활용될 자원으로 탈바꿈된다. 쓰레기가 더 이상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람을 준다. 편견을 버리면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다.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버릴만한 쓰레기가 줄어든다.

소멸될 쓰레기에 순환하는 생명을 불어 넣어 준 건 사람이다. 사람을 위해 상품을 담았던 플라스틱, 종이, 철, 병, 비닐이 리싸이클의 과정을 돌아 다시 사람에게 온다.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버려지고 다시 사람에게 온다. 끊임없이 오고 가는 고마운 존재다.


플라스틱이라고 통칭하지만 비슷해 보일뿐 성질이나 명칭이 다르다. 편의상 플라스틱으로 이야기한다. 플라스틱은 자유자재로 성형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표현하지 못하는 모양이 없다.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저렴하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해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썩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산과 하천 바다의 곳곳에서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피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정자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기사도 났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대안으로 종이가 선택됐고 종이의 소비가 늘었다. 종이는 필요한 만큼 빠르게 공급되지 못한다. 합성되는 플라스틱과 자연에서 공급되는 생명 있는 나무가 같을 순 없다. 자연스럽게 종이 원료의 가격이 오른다.

종이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나무와 산림이 훼손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무엇인가는 감당해야 한다.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플라스틱의 폐해와 산림의 훼손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처지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꿔 환경 보호에 앞장섰던 스타벅스가 있다. 그런 스타벅스도 최근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섰다. 소비자의 컴플레인이 끊이지 않아서다. 종이 빨대는 쉽게 젖고 휜다. 음료와 함께 흡입되는 종이 냄새가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종이 가루를 먹는 듯한 이질감이 들 때도 있다. 지속되는 불편함이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당위성을 누른다.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당장의 괴로움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인다. 종이에서 다시 플라스틱으로 돌아섰다고 무조건 비난하긴 어렵다. 법의 유예를 빌미로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곳이 더 많다. 앞서가는 자가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인간의 욕구가 이성적 판단과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중에서 소비자가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페트(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polyethylene terephthalate)다. 맥주도 페트로 사고 생수도 페트로 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페트는 음료 등 액체를 담는 용기로 많이 쓰인다. 플라스틱은 원하는 대로 형태를 만들어 낸다. 상품의 독특한 형상을 표현하는데 최고다. 비닐(폴리에틸렌 polyethylene)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상품의 패키지는 물론 일회용품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너무 쉽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오남용이 심각하다. 종이보다 부드러운 플라스틱부터 강철보다 강한 플라스틱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이 주는 창조력과 편리함은 부정하기 어렵다. 플라스틱은 상품 패키지에 있어서 혁명 그 자체다.


종이는 오래전부터 소비자와 친숙하게 지내왔다. 자연 친화적인 감성이 주는 느낌이 좋다. 생명이 있는 나무에서 왔다는 태생적인 장점도 있다. 종이가 재활용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워져 사라지기도 하지만 순환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종이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스러운 상품을 담거나 옛스러운 정감을 담으려면 종이 재질로 된 패키지를 사용한다.

종이는 글씨나 색감이나 디자인 이미지를 매우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 선명함이나 밝기 촉감과 무게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다. 환경 친화적 이미지 때문에 환경을 생각하는 제조사나 판매점에서는 종이 패키지를 선호한다. 쓰레기를 분리수거 할 때에도 종이류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 개별 소비자의 기호도 충족하면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철이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무겁고 어두울 것만 같은 모습과는 다르다. 깡통이라고 불리는 통조림 패키지는 5년에서 7년 정도 상품을 보관할 수 있다. 참치, 고등어, 골뱅이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비상식량이나 제품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길 때 사용된다.

통조림의 단점은 개봉할 때의 불편함이다. 원터치나 안심 따개 형태로 기술이 발전되어 불편함을 덜었다.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덴마크 쿠키는 패키지가 철로 되어있다. 쿠키는 밀가루와 소금, 설탕, 버터 정도로 단순하게 만들어졌지만 패키지가 주는 의외성으로 구매가 촉진됐다. 깻잎, 참기름, 사탕 등으로 철재 패키지는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병의 맑고 투명한 느낌은 내용물인 상품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싶을 때 많이 이용된다.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모두 받아 낼 수 있다. 그만큼 상품에 진심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감이 넘치는 패키지다. 우유의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전할 때도 사용한다. 착즙한 주스에서도 컬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투명 플라스틱도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병이 주는 무게감은 없다. 병이 주는 무게는 신뢰의 무게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하나씩 분리해 보면 소중한 자원이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순환하고 있다. 오렌지주스를 담았다가 블루베리를 담았다가 다음에는 무엇을 담을지 기대가 된다. 패키지 재료에서 상품을 담는 형상을 갖추었다가 형상에서 다시 재료로 돌아간다. 본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듯 다양한 삶을 경험한다.


이러한 흐름을 끊는 일도 생긴다. 혼재된 상태로 버려지면 쓰레기기 된다. 쓰레기가 되면 소각된다. 소각되면 순환과정의 삶도 끝이 난다. 쓰레기가 되느냐 자원이 되느냐는 소멸 되느냐 계속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자원의 재활용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대에는 모든 것이 버려졌다. 쓰고 난 후 버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많은 자원이 생산됐지만 많은 자원이 사라졌다.

골목마다 집집마다 쓰레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쓰레기를 보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쓰레기가 분리수거 되면서부터는 쓰레기가 모여져 있는 것을 보는 일이 드물어졌다. 버려지던 쓰레기가 자원으로 재활용되면서 소각되는 쓰레기도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재생될 것이냐 소각될것이냐는 사람의 손에 달렸다. 세척을 하거나 깨끗하게 이용하고 분리수거하면 재활용이 된다. 더럽게 이용하거나 대충 쑤셔서 버리면 폐기된다. 동일한 대상도 사람마다의 행동에 의해 운명이 달라진다. 상품이나 상품의 패키지는 오로지 사람을 위해 헌신해 왔다. 소중한 존재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상품마음학에서는 상품뿐만 아니라 상품을 감싸고 보호했던 패키지의 마음까지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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