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생육보다 더 신선한

상품마음학특강, 이베리코베요타

by 라이프스타일러

나를 한 번에 알아 맞추는 고객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내가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고기인 듯 보이지만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인 듯 보이지만

맛은 소고기보다 훨씬 맛이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알아 맞추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나를 매우 신선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냉동 상품입니다.

나는 냉동 상품이지만 생육보다도

신선도와 품질이 뛰어납니다.


이쯤 되면 나에 대하여

경외심마저 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객은 나를 알지만

나를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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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서 신선함이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새벽에 수확한 상품을 공급하거나 산지에서 직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선함이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상태에서 그대로 영양을 전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선함이란 지체 없는 전달이다. 수확 즉시 소비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신선함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냉동 채소의 판매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물에 냉동이라는 인위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과 상품을 오랜 시간 보관한다는 것은 신선함을 침해하는 일이다. 소비자의 정서에 수용되기 어려웠다. 소비자의 용납되지 않는 시선으로 인해 20여년 전에 시도했던 냉동 채소는 실패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냉동 채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외면받았다.


소비자가 유난할 정도로 신선함에 집착하는데 나름의 배경이 있다.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한 작은 나라다. 전국이 산지나 다름없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이 수확 즉시 공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축산물이나 수산물 역시 즉시 공급된다. 상품의 공급망 상으로 가장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부산과 목포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또는 목포에서 서울까지 400km밖에 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상품의 공급에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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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의 역할도 크다. 서울의 가락도매시장이나 각 지역의 도매시장은 수확한 상품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급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는 채소나 과일뿐 아니라 축산물과 수산물까지 취급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상품 공급을 촉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새벽 딸기나 산지 직송을 통해 신선함을 전했다. 전국 산지의 어느 곳이던 하루면 공급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신선함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밭에서 바로 수확했다고 하면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수확 후 관리에 따라 달라진다. 수확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선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만약 밭에서 수확한 상태 그대로 얼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될 때 까지 밭의 기운을 그대로 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작물을 수확하면 일단 품온 즉 상품의 내부에 있는 온도를 낮춘다. 5도에서 0도 사이로 온도를 낮추어 작물의 품온을 떨어 뜨리면 일정기간 신선한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 이것이 수확후 품질관리다.


물론 따뜻하게 온도를 올리고 충분한 습기를 유지함으로써 큐어링을 하는 감자, 고구마, 양파 등도 있다. 모든 것에 예외의 법칙이 존재하듯 작물에도 작물 고유의 특성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작물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가 상품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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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냉동고에서 얼리면 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품에 내재된 수분이 부풀어 오르면서 냉동이 된다. 체적이 증가하는 것이다. 급속 동결하면 짧은 시간에 동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체적의 증가 없이 냉동이 된다. 상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은 해동할 때 일어난다. 일반냉동고에서 얼린 상품을 해동하면 부풀어 올랐던 세포내의 수분이 빠지면서 세포가 늘어지고 손상된다. 원래의 상태로 복원이 되지 않는다. 급속 동결한 상품을 해동할 때는 원래대로 회복이 된다. 얼릴 때는 급속하게 동결하지만 해동할 때는 천천히 해동해야 한다. 그래야 복원력이 생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다.


꽃게를 예를 들어 보자. 활꽃게는 주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다. 살아 있는 꽃게로 음식을 하는 것은 플렉스에 가까운 일이다. 일상의 음식 재료에서 살아 있는 것으로 요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랍스타, 활오징어는 살아 있지만 구매할 땐 달라진다. 활전복, 활꽃게 등은 소비자의 손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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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건 비싼 편이다. 수산시장에 가면 바닷물에 담겨 있는 꽃게를 볼 수 있다. 대형마트에 들어오는 활꽃게는 톱밥을 가득 채운 상자에 들어 있다. 소비자는 활꽃게에 환호하지만 실제 요리를 해 보면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살아 있는 활꽃게는 역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체내에 축적되어 있는 영양분을 스스로 소모하게 된다. 살이 빠지는 것이다. 살아 있어 신선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소비해야 할 영양분을 꽃게가 소비해 버리는 것이다.


냉동 꽃게의 품질이 더 좋은 이유는 어획 후 관리 방법 때문이다. 어획 즉시 급속 동결하면 꽃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활꽃게가 소모하는 영양분이 냉동 꽃게에서는 보존되기 때문이다. 상품의 품질에 있어서는 수확 후 또는 어획 후 또는 도축 후 품질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살아 있느냐 죽어 있느냐 보다 품질의 격차가 더 크게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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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호흡작용, 증산작용, 광합성작용을 한다. 채소에 새로운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보유하고 있는 영양분을 소모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중 호흡작용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는 일정한 온도 이하가 되면 생리작용을 멈춘다. 채소는 수확 후 냉장 보관을 통해 판매 시점까지 관리한다. 이런 관리 방식을 콜드체인시스템이라고 한다. 콜드체인시스템으로 관리하면 수확 이후 소비할 때까지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장기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급속 동결 방법이 좋다. 동면에 든 것처럼 모든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모든 채소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채소마다의 특성에 따라 취급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채소를 식초나 간장에 조리면 싱싱한 원래의 속성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이용할 수 있다. 5월 초에 출시되는 줄기 달린 주대 마늘은 조직이 연하고 아삭해서 마늘장아찌로 인기가 높다. 본래의 생물 마늘보다 장아찌의 선도가 더 뛰어나다.


과일은 품종 고유의 특성에 따라 보관 방법이 다르다. 최대한 호흡을 늦추고 숙성을 느리게 하기 위해서 대기를 조성하고 습도를 맞춰 준다. 과일은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이미 익어버리고 나면 숙성되는 속도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없다. 과일의 과숙성은 부패의 진행을 의미한다. 과일은 건조나 반건조로도 보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건조는 수분을 제거하는 활동으로 수분이 일정량 이하가 되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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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은 상대적으로 취급이 쉬운 편이다. 선상에서 급속 동결한 후 소비할 때까지 냉동 보관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품질을 유지하기에 좋다. 수산물은 일시에 어획을 하는 부정기적인 특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


축산물은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도축을 하기 때문에 냉동보다는 숙성을 통한 냉장 유통에 특화되어 있다. 명절 등의 대규모 소비 특수가 있을 때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냉동을 활용한다. 일시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방법이다. 냉동기술이 좋아지면서 점차 냉동육이 규모가 확장되고 있는 것도 시장의 변화다.


냉동 상품 중에서 가장 선도가 좋은 것은 아이스크림일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얼어있다.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단맛 나는 물이 된다. 다시 얼려봤자 본래의 맛이 나지 않는다. 일단 품질이 손상이 되고 나면 상품의 효용 가치는 제로가 된다. 아이스크림은 얼어 있을 때 최상의 상태가 된다. 냉동 상품에 선입견이 있다면 아이스크림을 떠올리자. 아이스크림 처럼 냉동인데도 불구하고 품질이 높은 상품이 많다.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세계 각국의 유명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러나라의 상품을 맛볼 수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냉동 상품이다. 프랑스의 디저트나 이탈리아의 피자 등 상품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스페인의 이베리코 냉동 돼지는 마트뿐만 아니라 전문점도 생겨나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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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를 이동해 와도 본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에게 행운이다. 맛있는 것을 찾아 다녔다면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맛있는 것들이 나에게로 오는 시대가 되었다.


냉동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다면 신선한 원료의 상태를 간직한 상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정자나 난자도 냉동으로 보관을 하고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냉동은 생명을 본질 그대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상품마음학에서는 상품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해소하여 소비자가 보다 유익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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