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마음학 특강 생닭
처음부터 이래야 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갑갑하다고
살 수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닭장을 나온 암탉"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부터
이미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비참함을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듣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외쳤습니다.
땅속에 수천수백만의 동족이
산 채로 묻혀 갈 때도 그랬습니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애 닳는 소리는
하늘로 하늘로 메아리 져 사라졌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위험하다고 했을 때야
비로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그나마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나마 들어 주는 이가 있으니 말입니다.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모두에게 다행한 일입니다.
동물 복지가 곧 사람의 복지입니다.
건강한 동물을 이용해야 사람도 건강해집니다.
우리는 함께 건강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지고 이용된다. 생명체가 진화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약육강식의 원리다.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채소와 과일, 꽃을 재배하는 활동을 원예라고 한다. 가축을 기르고 활용하는 것을 목축이라고 한다. 원예와 목축은 인간에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식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농경의 시작은 인간을 한곳에 정착할 수 있게 했다.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녹색혁명은 인간을 먹거리에서 자유롭게 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지는 식물과 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변형되어 왔다. 식량의 안정된 공급은 인간 삶의 유지와 행복에 시작점이다.
땅에서 나는 모든 식물에는 약성이 있다. 때로는 약리작용으로 유익하게 작용하고, 때로는 독성으로 해롭게 작용한다. 식물은 인간에게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해 준다. 식물에는 생명은 있으나 감정이 없다.
반면 동물은 다르다. 감정이 있고 지능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에서 인간과 닮아있다. 식물은 발아 조건과 생육환경 등 재배 조건을 조절해 주면 잘 자란다.
동물도 종의 본성에 알맞게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돌보면 건강하게 자란다. 인위적으로 재배되고 사육되기 때문에 야생의 상태보다 결과가 좋다.
치유농업사 공부를 하면서 식물은 물론 동물과 곤충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식량으로서의 동물이든 반려로서의 동물이든 생명체로서의 존중과 복지는 필요하다. 치유농업에서는 감정이 있는 동물자원에 대한 관리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다음의 내용은 동물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사육 기준이다.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동물 본래의 습성에 가깝게 사육하고 관리해야 한다.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사육하는 동물이 갈증이나 배고픔, 통증이나 질병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려움이나 정상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
사육환경은 동물의 종류, 크기, 특성, 건강 상태, 사육 목적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사육 공간은 동물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고 움직이는 일상적인 동작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상응하는 관리를 해야 한다.
동물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전염병이다. 2003년에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인 사스, 2012년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A형 인플루엔자가 변이를 일으킨 2009년의 신종인플루엔자, 표면이 왕관 모양과 닮아서 코로나로 명명된 2019년의 코로나 펜데믹까지 급성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감염되어 사망하거나 고통을 겪었다.
특히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에게 19세기 중세의 흑사병과 같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21세기판 흑사병이었던 코로나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안전에 대한 공감을 일깨웠다.
닭, 오리 등의 가금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감염병은 조류인플루엔자다. 해마다 반복된다.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급성 전염으로 피해가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이다. 2019년 동아시아로 확대되면서 큰 피해를 주었다. 급성형 감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해 축산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숙주 역할을 하는 야생 멧돼지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질병이다. 입술, 혀, 잇몸, 코 등에 물집이 생긴다.
광우병은 소에게 발병된다. 해면상 뇌증으로 이상행동을 보이다 죽어간다. 2008년 전 국민을 공포와 분노에 떨게 했던 건 광우병 사건이었다. 공포로 뒤덮인 국민은 정부의 어떠한 말도 믿지 않았다. 소에게 발병되는 광우병이 인간에게도 옮길 수 있다는 것이 더 두려움을 부추겼다. 전염병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두려울 수 밖에 없는 재앙이다.
가축에게 전염병이 발생하면 산 채로 땅에 묻었다. 급성 전염병을 긴급히 차단할 긴박성 때문이다.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걸 산 채로 묻는다는 건 참혹한 일이다. 땅이 피로 물들어 지하수나 하천이 붉게 변하는 일도 생긴다.
참담함이 트라우마로 남아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동물에 대한 전염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의 본성에 맞게 사육해야 한다. 밀식 사육을 지양해야 하고 사료의 질도 높여야 한다. 필요한 예방주사 접종과 면역력을 향상하기 위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돼지 사육으로 성공한 경우가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다. 도토리를 먹여 사육하는데 품질이 매우 높다. 소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료를 통해 동물의 육질을 개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먹거리가 생명체의 형질을 바꾼다는 것은 중요한 깨달음을 줬다. 사람 역시 섭취하는 음식에 의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는 풀을 먹는 초식 동물이다. 되새김질과 발효를 통해 발생하는 단백질 성분을 흡수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육식을 하지는 않는다. 초식 동물이 육식을 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광우병으로 나타난다.
동물의 본래의 본성에 따른 사육을 하지 않은 부작용이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까지 위협이 된다. 소는 순하다. 힘도 세고 쉽게 지치지도 않는다. 집도 잘 찾는다. 사람과 교감도 하고 주인도 알아본다. 먹지 않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다.
닭은 몸집이 작아 가둬 놓고 키우기 쉽다. 밤에도 불을 켜놓고 재우지 않고 계속 사료를 먹이면 사육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생산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 대비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다.
갇혀서 사육되는 닭은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병에 걸린다. 방사 사육이 닭을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땅도 헤집고 벌레와 풀도 먹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방사닭은 육질과 맛이 뛰어나다. 알도 노른자의 색깔이 더 진하고 탄력성이 좋다.
돼지 하면 떠올리는 건 더러운 이미지다. 똥과 더러운 것이 묻어 있는 냄새 나는 돼지다. 그렇지만 돼지의 본성은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식량으로서의 축산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떤 동물이라도 사육하는 과정에서는 생명체로써 존중받아야 한다.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 대우받고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나 수가 늘어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공감도 커지고 있다.
곤충은 물론 파충류나 물고기, 돼지, 말, 특이한 동물까지 사람마다의 애정에 따라 반려동물은 다양성을 더해가고 있다. 치유농업에서도 식량으로서의 동물 사육과 반려로서의 동물 사육을 구분 짓고 있다. 치유농업에 이용되는 동물은 사육되는 동물과 물리적으로 구분하고 사육환경도 다르게 구성한다.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은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축산이 불가피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필요하다. 건강하게 사육한 육류가 사람에게도 유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육질에는 생명체가 살아 왔던 과정이 쌓여있고 먹어 왔던 사료가 축적되어 있고 느껴왔던 정서가 담겨 있다.
동물을 위하는 것이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 사람이 먹고 이용하는 모든 것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활론처럼 상품을 대하면 상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상품마음학에서는 상품의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보다 유익하게 활용할 다양한 상품 개발 방법을 찾아 가고 있다. 상품에 담겨 있는 사람의 욕구, 정서, 효용적 가치들을 알아 가는 것이 상품마음학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