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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살과 음식의 상호작용

by 라이프스타일러

살 빠지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음식물 중에도 살을 더 찌우는 형태의 것이 있다. 체내로 들어와서 소화된 음식물이 몸 밖으로 나가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다. 항문을 통한 대변의 형태이거나 방광을 통한 소변의 형태다. 물론 땀이나 눈물 기타의 분비물 또는 에너지의 형태로 소모되어 사라지는 형태도 있지만 비중으로 보면 그렇다.


고형물 형태의 음식물을 배출하는 일은 소화기계가 맡고 있다. 입을 거쳐 위장과 대장, 항문을 거쳐 배출된다. 우리는 이것을 대변이라고 부른다. 소화기계는 통과하는 음식물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는 것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영양분을 더 흡수하기 위해서는 위장이 그만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욕심부리지 않는다. 소화기계의 이러한 작용은 쉽게 확인된다. 소화기계 활동은 신체의 운동량에 따라 연동해서 작용한다. 운동량이 적으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적어진다. 그만큼 몸 밖으로 배출되는 양이 증가한다. 반대로 운동량이 과도하면 보충해야 할 영양분이 많아지므로 몸 밖으로 배출되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운동을 통해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대변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 든 경험을 했다.


액체 형태의 음식물을 배출하는 일은 배설계가 맡고 있다. 위를 통해 흡수되었다가 방광을 거쳐 배출된다. 수분은 체내의 불순물이나 노폐물을 안고 배설계로 모인 후 몸밖으로 배출된다. 우리는 이것을 소변이라고 부른다. 액체가 항문을 통해 나가는 경우는 설사를 할 때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 정도이다. 갈증을 느껴도 배설계로 배출되는 수분은 재활용 되지 않기 때문에 수분 보충은 별도로 해야한다. 고형의 음식물은 소화기계에서 분해를 거쳐 흡수되기 때문에 이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액상의 음식물은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다. 알약과 물약의 차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흡수된 영양분은 순환계를 타고 체내를 돌아 다닌다.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하기도 하고 비상 상황을 대비해 축적하기도 한다. 액상 음식물은 이온화가 쉽기 때문에 바로 효과를 낸다. 살을 찌게 하는 주범 중 하나다. 살을 빼려면 액상의 음식물을 조심해야 한다.


과즙 음료나 단맛 가득한 액상 음식물은 살을 빼는데 악영향을 준다. 만약 밥의 양을 줄이고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마끼야또를 마신다면 차라리 밥을 많이 먹는 것이 낫다. 살이 더 찌기 때문이다.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은 사실이다. 한약은 영양분을 액상의 형태로 과도하게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에 상응하는 만큼 활동을 늘리지 않으면 체내 곳곳에 영양분이 축적된다. 비축된 영양분을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살로 변한다.

물을 마시면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맞는 말이다. 물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다. 물은 영양분을 녹여서 체내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용매의 역할도 하고 불순물이나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도 한다. 무한정 그렇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몸 속이 깨끗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과도한 작업으로 인해 당이 떨어지고 힘이 빠질 때면 자판기로 달려가서 식혜를 두 개 세 개씩 연이어 들이켰다. 달콤하고 시원한 꿈틀거림이 창자 깊숙이 퍼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 맛은 근육을 탱탱하게 부풀게 했고 짧은 시간 내에 몸을 회복시켰다. 액상 음식의 문제점을 알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음 속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만 참으면 돼. 두려워 마. 설득 당한 뇌가 몸을 안정시켰다. 달달한 음료를 자주 마시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 살을 빼려면 몸과 하나가 되어 있는 고착된 에너지를 써야한다. 고착된 에너지의 소모는 뇌가 잊고 있던 에너지의 총량을 재설정하게 된다. 뱃살은 최후에 동원되는 에너지로 전환되어 있다. 뱃살은 쉽게 찐다. 반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잉여분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가장 나중까지 이용한다. 뱃살을 뺀다는 것은 전신에 불필요한 지방이 존재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과 같다.


여름에는 하루에도 5개, 7개씩 마시던 캔음료를 하루에 한 캔도 마시지 않았다. 달달한 음료가 얼마나 빠르고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알았다. 단 것을 먹더라도 고형으로 된 것을 먹어야 영향을 덜 받는다. 경험적으로 그렇다. 많은 것이 살을 찌게 하지만 액상으로 된 단 맛 나는 것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이다. 이제 달콤함과 이별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식혜였다. 식혜는 다른 음료와는 다르게 마신 후에도 갈증이 덜했다. 체질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체중을 줄이기 위해 외면했다.


살을 빼는 것에는 두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꼭 필요한 만큼만 먹는 거다. 둘째는 필요 이상으로 먹었으면 그만큼 움직여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거다. 그러면 살이 찔 수 없는 환경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에 살이 찐다. 몸에 과다한 영양분이 축적되는 것이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살이 된다. 영양분이 손님으로 왔다가 주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동물은 상처를 입으면 조용한 곳에 은둔하며 자가 치유의 과정을 거쳐 상처를 회복한다고 한다. 먹지도 않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람 역시 유전적으로 동물에서 진화했기에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신종플루에 걸려 거의 먹지도 못하면서 고통스럽게 6일 정도를 지낸 적이 있었다. 몸살이 심해서 3일 동안 먹지 못했는데도 굻어 죽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더 가벼워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굶는 것 배고픔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배부른 상태에서 잠을 자게 되면 뇌는 더 많은 영양분을 더 많은 곳에 비축하는 일을 하게 된다. 배부르게 먹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배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자게 되면 뇌는 체내를 점검하게 된다. 이상이 있는 곳이 있는지 균형이 깨진 곳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배가 부르면 돼지가 되고 배가 고프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속이 비어야 내부 감각기의 활동 방해 요소가 적어진다. 아프면 음식물을 섭취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인체 내부가 비게 된다. 감각기는 활성화되고 통증과 이상이 있는 곳을 발견하는 것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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