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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이 Jul 09. 2023

요가랑 필라테스는 뭐가 다른 거야?

요가의 가장 특별한 부분

다 닳아서 접지력이 다 떨어진 내 4년 된 코르크 요가 매트를 대신해서, 결국 새 매트를 구입했다. 한 번 사면 10년은 쓸 거니까, 일단 산 뒤에 돈을 아끼자는 마음으로.



얼마 전에 내가 독일에 오자마자 구입했던 요가 매트를 버렸다. 물론 새 매트가 집에 온 뒤였다.


내가 요번에 버린 요가 매트는 독일에 와서 요가원에 등록한 뒤에 바로 구매한 것이었다. 시내에 있는 카우프호프라는 체인 잡화점에서 샀는데, 당시에는 환경오염 안 시키겠다고 코르크로 된 것을 구매했었다.


나는 그 매트를 들고 다니며 이사를 했고, 그 위에서 요가 지도사 과정을 마쳤다.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독일에 사는 동안에는 매트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주, 더 이상 참지 못했다.


4년 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새까맣고 반들반들하게 닳아버린 덕분에 접지력이 점점 떨어졌고, 자세를 잡을 때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서 쓰지 않아야 하는 근육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거나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매트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데에는 내가 땀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이기도 할 것이었다.




매트를 받자마자 펼쳐 놓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청바지 차림 그대로 아도무카스바나사나를 해 봤다. 전혀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매트가 촉촉한 기분까지 들었다. 대만족.



처음에는 독일에서 6개월만 쓰고 버리고 가자-는 마음으로 저렴한 것을 사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불필요한 쓰레기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내가 원하는 접지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대학 동창이자 역시나 요기니인 내 친구는 어차피 사서 평생 쓰는 건데 만두카를 사라고 추천했다.


일도 안 하는 유학생 입장에서 만두카 매트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러나 검색해 보자, 다른 매트 두 장 가격이면 내가 가지고 싶은 매트를 살 수 있는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었다. 만두카 매트를 만드는 공장이 독일에 있어서인지,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싼 가격이었다.


고민은 짧게, 결제는 빠르게.

어차피 살 것이라면, 최대한 빨리 사서 오래 쓰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내가 얼마 전에 체득한 투자의 법칙이다.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 내 몸과 마음에 대한 투자니까.


그렇게 새 매트를 샀다. 만두카 프로라이트, 타이거 릴리 색상. 길이 180cm, 폭 60cm, 두께 4.7mm, 무게 1.8kg. 이제 앞으로 내가 어딜 가나 들고 다닐 내 새 요가 매트다. 진짜 열심히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수련할 것이다.


매트를 주문해 놓고, 엄마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한참이나 요가 매트를 샀다고 말하던 중이었다. 엄마가 불쑥 물었다.


"요가랑 필라테스는 뭐가 다른 거야?"


내년에는 새 매트를 들고 꼭 발리에 가서 요가 수련을 하고 싶다고 하던 중이었다. 엄마는 왜 내가 요가에 이렇게까지 빠져 있는지 궁금하신 것 같았다.


"어어-. 둘 다 하다 보면 몸의 틀어진 데를 정렬하고 속근육 키우고 그러는 건 비슷한데, 요가는 사실 몸의 정렬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마음의 정렬을 찾는 거야."


나는 정말이지 1초도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요가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의 균형과 평화거든. 아사나, 그러니까 요가 자세는,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야. 요가에서는 호흡과 명상이 제일 중요해. 이런 걸 가르쳐 준다는 게 필라테스랑 가장 다른 부분이야."


사실이다.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건대 바로 이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이기 때문이다.




Stone tower, Balance, Meditation image @denfran



요가를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몸이 완전히 열려있지 않다. 골반이 특히 유연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사나에서 자유롭지 않다. 햄스트링도 건강한 듯 하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든다. 후굴을 잘하기엔 흉추 유연성이 부족하고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까닭에 말린 어깨를 여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암발란스 동작에서는 버틸 근육이 없고 아사나를 시도할 때마다 용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렇게 나를 진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진 것이 다 요가 덕분이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한 몸을 가지고 있고, 팔은 짧고 허리는 긴 체형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내 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아사나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며, 동시에 절대로 호흡을 멈추지 않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것들에 만족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몸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살아가기 위한 호흡 Pranayama와 잘 살기 위한 움직임 Asana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

유연하게 조화롭게 단단하고 깨끗하게 이 두 가지를 수련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


"너 한국 오면, 나도 요가 배우고 싶어."

"응, 내가 가르쳐 줄게."


엄마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다짐하는 것처럼 말하셨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엄마와 요가를 하고 싶다. 그때까지 나는 요가를 열심히 수련할 것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해 보는 것이 일단은 첫 번째다.


건강하게 귀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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